좋아하는 공간

낯선 골목에서 발견한 작은 천국

by 마디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 이곳을 알게 된 건 1년 전 여름, 평소 가지 않던 골목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며 걷던 길에서였다. 마침 카페를 찾고 있던 참이었는데, 외관부터 작지만 강단 있는듯한 기운이 느껴졌고, 홀린 듯 들어와 본 이곳엔 (아마도) 사장님이 좋아하는 책과 DVD, 캐릭터 인형, 펜 등의 소품이 가득 차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았다. 취향 저격이었다. 여기저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금세 알아챈 S가 오늘은 여기에서 커피를 마시자며 자리를 잡았다.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깃든 자리에는 말을 섞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있다. 그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깔끔하게 정돈된 정도, 구석에 까지도 손길이 닿았던 디테일함. 그런 것들이 결국 공간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누가 꾸며놓은 것을 따라한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다 보니 탄생된 그런 공간.



이사를 오고, 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공간을 발견한 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서로 아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공간이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테이블 앞에 세워진 야무진 책장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책들이 잔뜩 꽂혀있다. 사장님도 이 책을 다 읽으셨을까? 사장님은 왠지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마음대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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