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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Nov 19. 2021

고마워 얘들아

 올해 1월 브런치 작가 신청에 도전을 해 봤다. 역시나 똑 떨어졌다.


 오래전에 써 두었던 글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내 보았다. 작성해 둔 글도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글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작게나마 있었다. 그러다가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 합격이 쉽지 않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봐왔던지라 합격되리라 기대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책을 내 본 적도 없고,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를 안 하는 데다 평범하게 그지없는 사람이니 당연히 안 될 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답장 메일을 받았을 때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아주 조금은 혹시 모를 작은 기대도 하고는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아닌 것을 직접 맞닥뜨리면 서운하기 마련인데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알던 나를 다시 한번 더 확인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내 자랑을 잘하지 못한다. 오히려 무슨 쓸데없는 겸손함인지 민망함 때문인지 오히려 내 실수나 잘못을 대화 소재로 삼는 몹쓸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내 점수를 깎아먹기 일쑤다. 사람들은 의외로 말한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매력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걸 깨달은 어느 순간부터는 조심하는 편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성향은 크게 바뀌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 잠들면 써두었던 글이 올초보다 몇 개 더 쌓여서 두 번째 도전을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다시 했다. 3일 만에 브런치 답변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가 신청 통과 메일을 받고 제일 처음 남편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친정부모님께 알렸다. 그러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저녁에 아직 퇴근 전에 남편과 통화하는데 남편이 “이제는 작가님으로 불러야겠네~”하며 스피커폰으로 나눈 이야기를 아이들이 들었다.


 아이들은 엄마 작가 됐냐며 매우 놀라워했다. 그나마 내 자랑을 순수하게 받아줄 우리 꼬마들에게 “엄마 작가 됐어!” 라며 으스댔다. 별 볼 일 없는 엄마를 그래도 사랑해주는 딸들 눈빛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줬다.


 “엄마, 어떤 내용 쓰는 거야?”

 라고 묻는다. 나는 너희들이랑 엄마랑 있었던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


  “엄마, 누가 읽는 글 쓰는 거야?”

 라고 첫째가 다시 물었다. 어른들이 읽는 글을 쓴다고 말해 줬다. 그랬더니 우리 집 두 꼬마들이 아우성이다.


 “엄마, 아이들이 읽는 글도 써줘~”

 라고 말이다.


 고마웠다. 그냥 그 한마디가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위한 글도 써 달라니. 나도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 항상 내가 아이들 방향키가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매일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도 나에게 특별한 일을 만들어주고,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기꺼이 내어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미리 너희들 이야기를 써도 되겠냐고 허락조차 받지도 않고 무단으로 작성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그저 엄마가 작가가 됐다는 한마디에 기뻐하고 웃어주었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투닥투닥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진이 빠질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다음 스텝을 어떻게 디뎌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야말로 에너지의 원천이다.


 둘째는 엄마처럼 자기도 글을 쓸 거라고 스케치북과 연필을 들고 달려온다. 자기는 시를 좋아해서 시를 쓸 거란다. 꿈도 바뀌었다며 시인이 될 거라고 선언한다.

그러고는 뚝딱 시 3개를 써 내려간다.


 고마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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