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세상도 달라졌고, 그 세상 안의 내 일상 모습도 달라졌다.
스마트폰, 태블릿, 팬데믹, 마스크, 거리두기, 원격 수업...
코로나 이후에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 된 것 같다. 특히나 아이가 친구와 만나서 노는 것을 보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첫째는 단짝 친구와 자주 줌(zoom)으로 만나서 논다. 예전의 화상전화 같은 개념으로 보기에도 뭔가 좀 다른 느낌이랄까.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수업을 종종 들어왔던 터라 아이도 줌을 사용하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있다. 단짝 친구가 컴퓨터 사용에 능숙한 것도 있어서 겸사겸사 배우는 것도 있는 듯하다.
전화로 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하고는 누구든 줌에 방을 개설한다. 전화로 줌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접속되면 전화를 끊고 줌으로 소통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하고, 줌 화면에 글씨를 쓰고, 주석 달기를 하면서 공유한다. 게임이나 유튜브, 인터넷 창을 띄워서 말로만 설명하기 아쉬웠던 것들을 보충하기도 한다. 화상으로 얼굴만 마주 보며 전화하던 것과는 한 차원 더 넘어선 느낌이다.
한 번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더니 줌으로 만나서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간도 다르고 각자 푸는 문제집도 다르다. 같은 시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 동일할 뿐이었다. 각자 공부하면서 모르면 각자 집에 있는 엄마에게 질문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숙제와 공부를 끝내고 줌으로 함께 게임하자고 정하기도 한다.
공부가 끝나고는 닌텐도 게임에 접속해서 온라인 게임 안에서 만난다. 줌도 켜 놓은 상태다. 게임 안에서는 각자의 캐릭터들이 만나서 서로의 섬에 놀러 가기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한다. 줌으로는 말로 소통한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동생 둘째도 옆에서 흥미롭게 참여한다. 언니들 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이는지 기웃기웃 자기도 끼어든다. 첫째야 등굣길, 돌봄에서 만나는 친구를 온라인으로 또 만나는 거지만, 둘째는 언니 친구를 이렇게 온라인으로 주로 만나왔다. 그래도 친근한가 보다. 늘 그 언니가 좋단다.
오늘 둘째와 동네 안경점을 가는 길이었다. 우연찮게 첫째 친구가 학원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보이길래 '00야, 안녕!'하고 인사를 건넸다. 둘째도 언니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하는 말.
"엄마, 드디어 실제로 만났어!"
코로나는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