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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ana Apr 21. 2023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직장을 잃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얘기를 면전에서 들었다.

나는 시어머니가 운영하시는 사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11년을 일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러면서 서로의 골이 깊어졌다.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나 마찰이 생기면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힘들다면 힘들었고, 외롭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일이 재미있을 때도 있었지만 시댁 입장에서 나는 정식 직원인 듯 아닌 듯한 위치였던 것 같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며 일했지만 며느리에게 팔이 안으로 굽지는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들르는 시누이 눈에는 11년이 지나도 나는 어머니가 마치 없는 일자리 만들어서 꽂아준 사람처럼 보였나 보다.

 

 사실 이런 날이 언제고는 닥칠 거라는 걸 나도 마음에 염두는 해두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시작이었는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과연 여기서 내가 버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시댁가족모임에도 일과 얽힌 문제들이 겹쳐지다 보니 즐겁지가 못 했다. 더 있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은 모습이 될 듯싶었다.

 

 지난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쯤에서 멈추고 싶다. 어찌 보면 부당해고인데 가족사이에 그런 것들까지 왈가왈부 따지다 보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여러 번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번에는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나 보다. 이 모든 상황들을 어느 한편에 놓아두고 정신을 차리니 갑작스럽게 일이 끊어진 현재시점에 앞으로 보낼 하루하루가 더 크게 다가왔다. 당장 이번달부터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나 혼자였다면, 아니면 내가 아직 철없는 10대 20대였다면 아마도 골방에 처박혀서 침대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럴 입장이 못 된다. 내 옆에 이제 막 학업을 시작하는 아이 둘이 있다.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으로는 우리 4 식구의 살림이 팍팍하다는 계산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니 한가하게 침대에 누워 있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안다. 무언가 강제성이 없는 일상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전의 삶은 회사든 시댁 사업체든 몸 일으키기 힘들었던 아침에 그래도 나를 일으켜 세웠던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에 힘을 냈었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지금 시점에서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무기력한 일상에서 실패자로 남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IMF때 실업을 경험했던 모든 아버지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2023년 현실의 세계에서 나는 여자이고 엄마이지만 마치 그 당시의 사람들과 같은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남편도 당분간은 좀 쉬라고 해주었고 아무 일 없는 듯 평상시처럼 대해줬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인생을 중간쯤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뭐든 못 하겠나 싶으면서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1m 앞도 분간 못하는 안개 속인 것만 같았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혼자 있는 집안에 전깃불 켜는 것마저 사치 같아서 켜지 못하고 컴컴하게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았다. 어떻게든 머리로 '이러면 안 돼!'라고 다독였다. 무어라도 나를 일으킬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겠다 싶어 유튜브에서 '극복'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많은 영상 중에 마음에 와닿는 영상이 있었다. 조금이나마 내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듣고 또 들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했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브런치도 오늘 다시 써본다. 뭐라도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다짐의 장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의지가 너무 약해서 그만두지 않을 무언가가 너무 필요한 상황이다. 그건 나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글이 써진다.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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