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시작

by 교수엄마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다 잠깐 환기를 시키고자 들어간 daum 메인 화면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가 육아일기를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면 반듯하게 아이를 잘 지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였다.

아니 막연하다기보다는 확신에 가깝게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자기 담임선생님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우리 쌍둥이들을 볼 때면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아이들이 상상화 그리기 숙제를 하며 '엄마, 이 상상화 스케치북이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줄 아세요? 정말 구하기 힘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여러 번 시도하여 겨우 구해주셨어요.'라고 자랑을 한다. 아이들이 상상화 스케치북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스케치북에 스토리텔링을 가져와 의미를 새겨 넣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엄마의 말 한마디에, 친구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성장해나가는 듯하다.


나도 유아교육과 교수로 나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육아는 멀고도 먼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영어 숙제를 도와달라고 하여 펼쳐본 노트에 개발새발 쓰여진 영어단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직도 글씨를 이렇게 쓰니? 단어도 틀리게 썼네..'라고 말해버렸다. 눈물이 그렁한 아이가 '모를 수도 있지. 엄마도 다 아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긍정적 격려, 경청의 중요성, 조망수용 등 학생들에게 상호작용의 중요성과 기술을 강의하던 나는 정작 현실에서는 화가 난 어둑서니 엄마일 뿐이었다. 어둑서니는 장난반 진담 반 아이 휴대폰에 저장된 내 이름이다.

매번 돌아서면 후회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어버리는 나 자신이 종종 한심할 때가 있다.

'미안해, 모를 수도 있는 건데 엄마가 말을 잘못했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위안삼아..


오늘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해요 엄마' 말하는 아이들 뒷모습을 보며 말하기 전에 15초만 생각하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