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더 홀씨 Oct 05. 2022

브랜딩,
안 하면 안 될까?


"디자이너님, 브랜딩 꼭 해야 하나요?"


반려견 간식을 만드는 대표님과 패키지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브랜드에 담긴 의미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자 결국 이야기는 브랜딩으로 연결되었어요. 오늘의 클라이언트는 지금까지 반려견 간식을 OEM 방식으로 제작하여 납품을 하다 앞으로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싶다는 니즈를 가지고 유통용 패키지 제작을 하기 위해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그렇다 보니 브랜딩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던 거죠. 


론칭은 코앞이고 시간은 없는데... 마주 앉은 대표님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때론 돈도 드는 브랜딩, 반드시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일에 브랜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말이죠. 

- 경영, 디자인, 마케팅, 카피라이팅을 1명이 진행하는 1인 체제
- 외부에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운영하는 시스템(2인 이하) 
- 서비스나 제품의 타깃이 일반 소비자가 아닐 때(B2B)


브랜딩은 쉽게 말해 브랜드의 이름을 짓고 브랜드 존재의 목적을 찾고 해결할 미션을 설정하고 그것을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판매하는 제품이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거나 기능이 무척 뛰어나 기능적인 장점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우월하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의해 그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굳이 브랜딩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떤 경우에 브랜딩을 꼭 해야 할까요? 

우리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한다와 안 한다, 한다면 어떻게? 매 순간이 물음의 연속이죠. 이럴 때 내부적으로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1인 창업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반드시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오가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리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까요? 만약 내부적으로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다면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혹은 "요즘 트렌드가..."라는 말을 시작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럼 디자인, 마케팅, 작은 카피라이팅까지도 사람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결국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고 싶은 이미지는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게 됩니다. 대부분의 스몰 브랜드가 대표님의 선택으로 최종 결정이 되기 때문에 작은 브랜드일수록 대표님을 닮은 브랜드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대표의 감각이 뛰어나고 트렌드를 앞선다면 특별히 브랜딩에 큰 힘을 쏟을 필요가 없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의 브랜딩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래야 모든 구성원이 브랜드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은 태어난 것만으로도 존재의 가치가 있지만 애석하게도 브랜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우리 브랜드를 대체할 브랜드는 많고 비슷한 제품을 파는 곳도 너무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자신이 세상을 이롭게 할 존재라는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야 합니다. 


그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브랜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많은 회사들이 지속적인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는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아도 됩니다.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소비자의 여러 가지 판단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에 있어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만큼이나 현대인들은 매일매일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매일 고민하는 점심메뉴, 매월 구매하는 휴지나 생필품까지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가격은 합리적인지, 소재는 친환경인지, 유해물질은 없는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죠. 이럴 때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말합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으니 우리 제품을 믿고 사세요. 고민은 저희가 대신 다 했어요."라고 말이죠. 그럼 소비자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나를 대신해 고민하고 노력한 브랜드의 제품을 믿고 구매하게 됩니다. 10개의 휴지를 비교할 노력을 1개의 브랜드를 믿음으로서 해결하는 편리함을 얻게 되는 것이죠.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만들 때 브랜딩 꼭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때로는 돈도 많이 들죠. 그래서 저희는 1인이 시작하는 신규 브랜드는 우선 브랜딩을 맡기지 마시고 일단 시장의 반응을 보고 리뉴얼 시점에 시작하는 것을 권해드려요. 시장이 예측한 것과 다를 수도 있고 막상 해보면 또 다른 방안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회사의 경우에는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없고 공동의 목표를 이해하고 실행할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초기 브랜딩을 설정하고 진행하실 권해드려요.


오늘은 [브랜딩 안 하면 안 될까?]라는 주제로 브랜딩의 필요성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보았어요. 다음 주에는 [ 로고 디자인을 만들 때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라는 주제로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볼게요. 이 밖에도 궁금하신 부분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소통해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