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이 아니라...
그간 YG와 MCN을 키워드로 한 브런치 유입이 많았습니다. 글을 발행한 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도 YG의 MCN 사업에 관해 쓴 글은 계속 읽히고 있습니다. 글이 좋다기보다는 이 회사나 MCN에 관한 관심이 많으셔서 벌어지는 일이겠지요.
YG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제가 겉으로 보이는 현상들(채용공고, 공시정보 같은 정보들 말이죠)만으로 추측해서 썼던 글이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고 또 YG 관계자 입장에서는 제가 오독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글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그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짧게 남깁니다.
YG는 MCN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YG PLUS에서 MCN 사업을 추진하시던 팀장님도 회사를 떠나시고,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뵈었던 팀원분들 역시 이전에 YG를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YG K플러스 소속 패션모델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동하고 있고(https://www.youtube.com/user/ygkplustv/featured) 웹드라마 <천년째 연애중>이나 웹무비 <독서충> 등의 콘텐츠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CJ E&M이나 외부 감독들과의 협업 형태입니다.
좋은 자원을 가진 YG가 콘텐츠 자체 제작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인하우스 인력이 저비용으로 콘텐츠를 실험할 수 있는 MCN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애초의 제 예상은 틀린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MBC의 PD 세 분이 YG로 이적할 것이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회사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지 않지만, 따로 연락드렸을 때는 곧 떠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여하튼, YG는 이를테면 '고비용'의 인력을 확보해 '고비용'의 콘텐츠를 '고퀄리티'로 제작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비용으로 접근하면서 실패의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는 MCN이 아니라, 고비용의 검증된 인력을 통해 즉각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투입비용이 크다는 것은 어느정도 확실한 수익 창구를 확보했다는 의미기도 하겠지요.
그간 SBS나 JTBC와 '공동제작' 형식으로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온 YG의 입장에서 PD들을 영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공동 제작'이 영상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준비단계였다면 PD 영입은 그 준비가 다 끝났다는 의미겠죠. 저비용 구조로 1인 창작자를 키워내는 종류의,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MCN 사업은 YG의 주력분야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여운혁PD 영입 기사도 떴네요. "소속 아티스트와 영상 콘텐츠와의 시너지는 물론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한다"는 입장도 발표됐고요. YG와 미스틱엔터가 유사한 행보를 거의 동시기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비용으로 승부할 수 있는, 10대 중심의, 새로운 문법의 MCN은 분명히 대세가 되겠지만 역행하는 신호는 계속 깜빡이는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들을 보유한 연예기획사들이 영상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호출한 인력들은 유튜버가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 출신 PD라는 점이 그런 신호들 중 하나겠죠.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MCN은 새로운 시장의 문법임에 분명해 보이네요. 이미 영상콘텐츠 시장에서 주요한 플레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는 기획사가 MCN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기성 PD들을 영입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MCN은 말그대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새로운 영상 문법을 개척하는 것이 더 '옳은', 그래서 '더 큰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영역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