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의용소방대
-모깃불에 종치다

by 박하

비봉내의 메아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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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의용소방대

신출내기 김순경이 곤양 지서에 왔다. 첫 발령을 받은 것이다.
그의 임무는 방범 순찰, 치안 유지, 장터거리, 소전머리 교통 지도 등등...화재 감시도 그 중에 하나였다.

곤양지서는 옛날에도 지금 그 자리, 언덕 위에 있었다. 또한 지서 안에 망루가 있었다. 망루 위는 동네를 제 손바닥 보듯 굽어볼 수 있는 곳.
어느날 해거름 때, 망루에 오른 김순경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동네 서쪽 물문재 아래에서 검은 연기가 솟는 게 아닌가.
저게 웬 연기일까?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데 그 연기가 점점 두터워지는 게 아닌가?

저건 분명 큰불이야!

새파란 청년 김순경은 판단도 빨랐다. 비상종을 냅다 치기 시작했다.

땡땡땡땡~

이윽고 의용소방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의용소방대의 대원들은 동네 청년들이 주축. 그들의 임무는 비상종이 울리면 만사작파하고 지서로 달려온다. 당직 순경의 지휘 아래, 곧장 소방차(수레)를 끌고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것!

김순경은 앞장서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은 '나를 따르라!'
전투에 나선 일선 소대장의 폼이었다.
검은 연기가 나는 그곳,

화재 현장으로 통하는 골목은 의외로 조용했다. 김순경은 들숨날숨 헐떡이며 골목 안으로 뛰어갔다. 그곳은 박씨네 안마당, 쑥대 타는 냄새가 코끝에 진동했다.

검은 연기의 정체는 화재가 아니라 모깃불이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우리 동네엔 속담이 하나 생겼다. 누군가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하면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x도 모르는 김순경,) 모캣불에 종치는 소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