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홀로 앉아

심쿵한시 절절 漢詩#7

by 박하

雪夜獨坐 /金壽恒

낡은 집에 찬바람 들이치고
빈 뜰에는 흰 눈만 쌓이는구나
내 근심, 저 등불 더불어
이 밤에 모두 재가 되면 좋으련만.....

破屋凉風入파옥량풍입
空庭白雪堆공정백설퇴
愁心與燈火수심여등화
此夜共成灰차야공성회

호시절은 언제였던가,
싸늘한 방안, 잠은 오지 않고 걱정 근심은
지금 마당에 내리는 저 함박눈처럼 쌓여만 가고....
촛불이여, 오늘 밤 이내 근심도 하얀 재로 변하게 해주려무나......

한 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영의정까지 지낸 사람, 졸지에 절해고도絶海孤島,
가시울타리 집에 갇혀버린 신세라니.....

이 시의 정경이 지금, 바로 이 시대의 절절한 은유 같다. 빙하기처럼 다시 꽁꽁 얼어붙은 남북 간,
지금 이 시간, 이땅의 누군가도 저렇듯 애타게 고뇌하고 있을까? 한반도에 해빙의 봄은 언제쯤 오려나. ㅡ박하 생각
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김수항(1629-1689)
김상헌의 손자로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
1689년 원자책봉 문제 일어난<기사환국>에서
송시열과 함께 축출되어 진도 유배 중에 사약을 받고 세상을 하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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