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내의 메아리 #43
장마가 계속 되자 강물도 시나브로 불어났다. 급기야 곤양천 방천의 끝까지 황톳물이 찰랑거렸다.
동네 어르신들은 이른 아침부터 물구경을 나왔다. 물문재 넘어 뒷밭(후전)으로 가는 신작로, 그 왼쪽은 마을이지만 오른쪽은 낭떠러지인데, 우리는 그곳을 '덤서리'라 불렀다.
어른들은 그 길섶에 우산을 쓴 채 쪼그려앉거나 선 채로, 건너다 보이는 곤양천과 새들 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은 초조한데 비해, 동네 청년들은 지들끼리 짓궂게 우스개도 곧잘 했다.
'비가 억수로 와서 홍수가 나삐도 괜찮다. 요기 덤서리에 걸터 앉아서 발 씻을 정도까지 와삐라!'
한달 전쯤 모내기를 끝낸 새들 평야, 그곳에는 우리집 두 마지기 논도 끼어 있다. 우리 논에도 어느새 물이 넘쳐 새파란 벼들이 벌써 목까지 잠기는 중이었다.
방천이 터지면 어린 벼이삭들이 모조리 물살에 쓸려 나갈 것이다. 그것은 곧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을 뜻했다. 또한 방천이 터지지 않더라도 벼논이 열흘 이상 물에 잠겨있어도 벼이삭들은 숨을 못쉬어 죽어버린다고 했다.
곤양천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 모습이 마치 늘 얌전하기만 하던 구렁이가, 어느새 성질 사나운 한 마리 용으로 변한 것 같았다. 미친듯이 소용돌이치는 누런 강물, 그 위로 둥둥 떠내려 오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수박이 여러 개 떠내려 오더니, 나중에는 살아있는 돼지도 떠내려 오는 게 아닌가?
그때였다. 누군가 새끼줄에 낫을 묶어 강변으로 달려 갔다. 그 사람은 방죽에 선 채로 그 낫을 대보름날 쥐불놀이하듯 빙빙 돌려 강 한가운데로 던졌다. 아무렇게나 던지는 게 아니었다. 떠내려가는 물건에 겨냥을 해서 그 낫이 걸리면, 그것을 물 속에서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 구경이 갑자기 서커스경기처럼 재미있었다.
때마침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북쪽하늘이 밝아왔다. 강물 수위도 서서히 내려가는 듯했다. 찌푸렸던 어른들의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그러자 난데없이 냇가에서 고기잡이가 시작되었다.
나도 이종사촌 재봉이 형과 함께 반두를 들고 냇가로 갔다. 아직 물살이 거센 본류에는 못 가고, 본류와 합류되는 봇도랑으로 갔다. 봇도랑 속은 황토빛깔이라 보이지 않아도 물고기들이 지류인 봇도랑으로 피난 온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봇도랑 안쪽에다 반두를 펼치고, 반대 쪽에서 대작대기를 좌우로 흔들며 몰아간다. 불과 2~3미터를 몰아간 뒤 반두의 양끝을 들어올린다. 그 속에는 손바닥만한 붕어, 메기들이 펄떡이는 게 아닌가!
장마가 오면 으레 홍수가 난다. 홍수는 농부들에겐 큰 걱정이지만, 우리 조무래기들에겐 물고기를 잡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장마의 두 얼굴이 아닐 수 없었다.
장마가 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내 마음은 어느새 고향 시냇가로 간다.
한손엔 반두를 둘러메고, 또 한손엔 바케스를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표정2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