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색인

잠들지 않는 계엄의 밤

by 유명운

실패로 끝난 반민특위

청산하지 못한 적폐


살기 좋은 세상에서 기득권이 된 앞잡이들

머나먼 타국에서도 눈을 감지 못한 독립투사들


찢어발겨 죽여도 시원치 않은 것들을

그래도 용서하고 품었다.

그들도 나의 가족, 친구들이었기에..

아니,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하지만 용서는 언제나 용서하는 자의 몫..

용서를 빌어 마땅한 자들은 뉘우침 없이 자유를 만끽했고,

용서한 자들은 그들의 자유 밑에서 노예로 연명했다.


마침내,
우리에게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우리 중 절반은

나라를 팔아먹어도 그들을 뽑겠다며
또다시 앞잡이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 결과..
어느 평온한 겨울밤,
느닷없이 들이닥친 총구는
껴져가던 촛불에 다시 불을 붙였고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뚫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러니 그대여,
촛불을 꺼뜨리지 말고 언제나 깨어 있으라.
잠들지 않는 계엄의 밤은
언제 다시 눈을 뜰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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