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아이메시지(I-message)

차장님이랑 같이 일하니까 힘이 나네요.

by 여름바다

안 좋은 감정을 아이 메시지(I-message)로 전달하면 상대방 기분이 덜 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편에게 혹은 직장에서 기분이 상할 때면 아이 메시지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아이 메시지를 써서 기분을 표현하면 남 탓을 안 하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았다. 내 감정을 조금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었다.


'나 화법'이라는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삼형제의 나즈막한 목소리'님의 브런치에 '나(I) 화법 활용'에 대한 내용이 게시되어 있었다.


영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문장에 주어가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말은 주어가 없어도 대화가 된다.


"어디 가냐?"

"영화관"


우리말에 주어를 넣으려면 의식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 메시지(I-message)를 어색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기분 나쁘게 해"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져"


첫 번째 문장은 '너'라는 주어가 생략된 것이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문장은 '나'화법으로 감정만 얘기할 뿐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전국에 사업장이 있어서 직원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근무를 한다. 덕분에 원한다면 1년에 한 번씩 부서를 이동할 수도 있다.

올해 내가 맡은 업무는 작년과 같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가 바뀌었다. 1년 동안 나의 짝꿍이 될 김민천 과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띠동갑 이상으로 많았다. 과장님과 조금 어색하게 함께 일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어간다.


오늘은 내가 맡은 파트에서 특별한 평가가 있는 날이다. 김 과장님과 나 둘 다 바빴다.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김 과장님께 일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신경을 계속 썼다. 맡은 일이 중복되지 않도록 과장님과 소통도 적극적으로 했다. 서로 열심히 일을 하던 중에 문득 과장님이 웃으며 이렇게 얘기하셨다.


"아~ 역시 차장님이랑 일하니까 힘이 나네요"


기분이 정말 좋았다.

작년에 함께 근무했던 후배에게도 여러 칭찬을 들었었지만 오늘 들은 표현은 무언가 달랐다.

어색했던 사이마저 녹이는 말이랄까. 갑자기 엔도르핀이 돌면서 힘이 솟았었다.


퇴근하는 길에 문득 머릿속에 아이 메시지(I-message)가 스쳐 지나갔다.

'아. 김 과장님이 해준 칭찬이 아이 메시지(I-message)였구나!'


"아~ 역시 차장님이랑 일하니까 내가 힘이 나네요"


아이 메시지(I-message)의 칭찬은 내 덕분에 상대방이 유익하다는 뿌듯함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역시 차장님(You) 최고예요" 보다 훨씬 기쁜 표현이었다.


그동안 아이 메시지(I-message)를 안 좋은 감정을 순화시키는 용도로만 썼었다.

앞으로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 약속이 늦은 사람에게

"(너) 좀 늦으셨네요" 대신에

"(나)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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