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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Feb 12. 2023

엄마 하려면 먼저 건강하기

엄마와 아들 모두 아팠던 하루

새벽에 속이 좋지 않아서 자다가 깼다. 부대껴서 화장실로 달려가 오바이트를 했다. 나아지지를 않자 침대에 앉아서 쉬는데 이제 대변이 마렵다. 일을 보면서도 오바이트가 나온다. 이찬이가 깰까 봐 큰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해결했다. 좀 자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아침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토요일이라서 남편이 아기를 보고 나는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장염 증세란다. 수액을 맞고 왔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이찬이를 돌봐줄 상황이 못 되었다. 안방에서 쉬는데 자꾸 이찬이가 문을 두드려서 모른 채를 못하고 놀아줬다. 쉬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늘은 이사 갈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남편이 이찬이만 데리고 다녀온다며 집에서 쉬라고 한다.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나도 푹 쉴 겸 그러자고 했다. 따뜻하게 다니고 이찬이 힘드니까 집 너무 많이 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보냈다.


속이 허하고 아픈데 오바이트는 먹는 대로 그대로 다 나왔다. 누우면 울렁거리고 머리 아픈 게 딱 입덧 증세였다. 혹시나 해서 임신테스트기도 해봤다. 임신은 아니었다. 잠도 안 와서 울렁거림을 느껴가며 힘들게 쉬고 있는데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마치고 다시 방에 와서 쉬다가 오바이트를 했다. 지쳐서 화장실 앞에 앉아 있는데, 남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뭐야, 이찬아 왜 그래!"

놀라서 얼른 거실로 뛰쳐나갔다. 이찬이가 오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울면서 계속 토를 쏟아냈다. 점심에 먹인 이유식이랑 분유가 그대로 다 나왔다. 평소 분유 먹고 게운 적이 없던 이찬이라서 놀랬다. 아무래도 밥 먹고 바로 차 타고 많이 돌아다닌 게 문제였나 보다.

처음으로 밖에서 걸어본 이찬이

속상했다. 내 몸 아픈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아파서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 됐나 싶었다.

엄마를 하려면 먼저 건강해야겠다.


이유식을 억지로 많이 먹이려던 욕심도 내려놓아야지. 우리 이찬이가 잘 먹고 잘 크니까, 키랑 몸무게가 상위 5%라는 게 뿌듯해서 더 먹였던 것 같다. 9개월 생한테도 이렇게 잘 되라고 욕심을 부리면 나중에 교육할 때는 눈에서 불나겠다. 미리부터 엄마 욕심을 자제하는 노력을 해보자.

이찬이에게 무리되지 않게 챙겨주는 엄마, 그리고 건강한 엄마가 되면 좋겠다.

오랜만에 셋이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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