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모두 아팠던 하루
새벽에 속이 좋지 않아서 자다가 깼다. 부대껴서 화장실로 달려가 오바이트를 했다. 나아지지를 않자 침대에 앉아서 쉬는데 이제 대변이 마렵다. 일을 보면서도 오바이트가 나온다. 이찬이가 깰까 봐 큰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해결했다. 좀 자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아침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토요일이라서 남편이 아기를 보고 나는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장염 증세란다. 수액을 맞고 왔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이찬이를 돌봐줄 상황이 못 되었다. 안방에서 쉬는데 자꾸 이찬이가 문을 두드려서 모른 채를 못하고 놀아줬다. 쉬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늘은 이사 갈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남편이 이찬이만 데리고 다녀온다며 집에서 쉬라고 한다.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나도 푹 쉴 겸 그러자고 했다. 따뜻하게 다니고 이찬이 힘드니까 집 너무 많이 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보냈다.
속이 허하고 아픈데 오바이트는 먹는 대로 그대로 다 나왔다. 누우면 울렁거리고 머리 아픈 게 딱 입덧 증세였다. 혹시나 해서 임신테스트기도 해봤다. 임신은 아니었다. 잠도 안 와서 울렁거림을 느껴가며 힘들게 쉬고 있는데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마치고 다시 방에 와서 쉬다가 오바이트를 했다. 지쳐서 화장실 앞에 앉아 있는데, 남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뭐야, 이찬아 왜 그래!"
놀라서 얼른 거실로 뛰쳐나갔다. 이찬이가 오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울면서 계속 토를 쏟아냈다. 점심에 먹인 이유식이랑 분유가 그대로 다 나왔다. 평소 분유 먹고 게운 적이 없던 이찬이라서 놀랬다. 아무래도 밥 먹고 바로 차 타고 많이 돌아다닌 게 문제였나 보다.
속상했다. 내 몸 아픈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아파서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 됐나 싶었다.
엄마를 하려면 먼저 건강해야겠다.
이유식을 억지로 많이 먹이려던 욕심도 내려놓아야지. 우리 이찬이가 잘 먹고 잘 크니까, 키랑 몸무게가 상위 5%라는 게 뿌듯해서 더 먹였던 것 같다. 9개월 생한테도 이렇게 잘 되라고 욕심을 부리면 나중에 교육할 때는 눈에서 불나겠다. 미리부터 엄마 욕심을 자제하는 노력을 해보자.
이찬이에게 무리되지 않게 챙겨주는 엄마, 그리고 건강한 엄마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