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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사유 Aug 05. 2024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

내가 행복을 찾아 몸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하니? 우리들 중에 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中


  그제였나, 잘난 동생으로부터 보이스톡이 왔다. 내 번호를 모를 애가 아닌데, 무슨 이유로 전화가 아닌 보이스톡을 걸어온 건지 의아했지만 동생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형님, 저 지금 한국에 없어요. 이민 준비하려고요."


  친하던 동생은 인생의 반쪽을 만나 성대한 결혼식을 마치고, 저 먼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민을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디 한군데에서 진득하게 일한 경험은 없기로서니 실력이나 인성으로 무시받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뭐든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너는 별걱정이 안 된다. 하지만 동생은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나 흐릿해서, 그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아서 불안한 모양이었다. 네 걱정은 네가 하고 있는데 내가 네 걱정을 왜 해. 정작 내가 걱정해야 할 사람은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야. 그제야 동생은 큰 위로가 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동생은 그런 얘기를 했다. 형은 햇수로 9년이나 현업에서 뛰고 있으면서, 왜 자꾸 자신을 치켜 올리느냐고. 자기는 오히려 내가 대단해 보인다고. 그래서 나는 그랬다. 너는 도전하는 게 지속하는 것보다 쉬운 사람이고, 나는 지속하는 게 도전하는 것보다 쉬운 사람이라고. 그저 그뿐이라고 말이다.


  나와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 사람을 알고 있다.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다. 사실 그 시기에는 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말했다시피 나는 지속하는 게 쉬운 사람이라 억척같이 버텼다. 하여간 나는 지금도 그의 결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본인의 삶이 이상하리만치 풀리지 않자, 본인의 결정을 문제 삼았다. 그때도 나는 같은 말을 했던 거 같다. 우리는 각자가 편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다만 너에게는 유난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고.


  사람은 대개 본인이 가지지 못한 걸 동경한다. 그래서 도전이란, 내게는 행복의 시작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은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행복에 가까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닌 걸 안다. 나는 이곳에 행복이 없다고 믿지만, 그저 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내가 불안에 절어 발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겁 없이 몸을 던졌다. 나는 그 끝에 행복이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따라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걸 보면, 내가 발붙이고 있는 지금 이곳에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행복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라고들 하니까, 쉽게 손 닿는 곳에는 그 열쇠가 없을 거다. 지금 서 있는 이 땅 위의 모든 것들은 내게 너무나 익숙하다. 불어오는 바람에 코끝으로 전해지는 풀 냄새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흙먼지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내게 손 닿지 않는 곳은 절벽 아래이고, 정말 그곳에 행복이 있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내게 낙하산이 있던가. 조악하긴 하지만 낙하산이라고 부를 만한 건 준비가 된 거 같은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유낙하는 원치 않으니까, 끈을 제대로 동여맸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딱 한 번만 더 확인해 볼 테니까, 누가 뒤에서 등을 밀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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