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계는 프리패스

값비싼 시계를 차고 명품관에 가면 받는 대우

by 꿈꾸는왕해

오늘은 나에게 값비싼 시계가 생긴 연유와

그걸 차고 나갔을 때 받았던 대우,

그리고 그 순간 느꼈던 우월감에 대해 솔직하게 써본다.


시계에 대한 관심은 롤렉스에서 시작됐다.

남편과 나는 시계를 사고 싶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까,

사람들이 왜 가방 다음엔 주얼리나 시계를 찾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돈은 있어도,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계를 검색하다 보니 다들 롤렉스에 열광했는데
내 취향에는 롤렉스가 예쁘지 않았다.

게다가 사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오픈런에 도전해 본 적도 있지만,
실물을 보기도 어려웠다.

일본 여행 때,
돈을 더 주고 관세까지 내고 사 올까 고민도 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계에 대한 배경 지식은 없었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괜히 갖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너무 사기 힘들다니까,

이 시계가 대체 뭐라고? 하는 반항심도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고민 끝에 결론을 냈다.


우리는 주류에 관심이 없다는 것.

서울 집, 샤넬, 벤츠 등

이런 것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의 취향”이었다.


내 눈에 예쁘고,

내가 만족하면 그 이상의 돈을 쓸 수 있지만
아무리 유명하고 희소해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었다.


또 우리 부부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일단 사는 것 자체가 힘들더라

세상엔 돈 많은 사람도 많은데,

나보다 돈도 많고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도 많더라.


원하는 걸 조금은 쉽게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중,

명품 시계를 판매하는 앱을 알게 됐다.

신제품을 프리미엄 붙여서 팔기도 하고,

중고 시계도 있었다.
그 앱을 통해 여러 모델을 찾아보며

내 시계 취향에 대해공부했다.


이 시기에 시계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남편이 정말 예쁘다며 한 시계를 발견했다.


예거 르쿨트르 – 랑데부 데이 앤 나이트.

남편의 안목은 대단하다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39,900,000원.


나는 이 시계를 중고로 샀다.

실물을 받아보니 정말 고급스럽고 ,

우아하고 나랑 정말 잘 어울려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이 시계를 중고를 샀다는 점.

실리주의인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대기 없이,

더 싸고 편리하게 사서 만족했다.


이렇게 중고로 샀다는 걸 말하는 이유는

사실 내가 차고 다니면 중고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냥 이 시계가 예거라는 게, 사천만원인 시계라는 게

보이는 걸 중요시 여기는 사람한테는 힌트가 될 수 있다.


롤렉스로 시작해서

까르띠에 발롱블루를 알아보다가
남편의 안목이 더해져

결국 마티즈 사러 갔다가 그랜저 산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말 마음에 들었고,

가격 상한선 없이 선택해 준 남편에게도 무척 고마웠다.


너무 비싸서 모셔만 두던 시계를 처음 차고 나간 날,

아주 인상적이었다.

BMW 프리즈 서울 행사에 초청되어

미술 전시를 보러 갔던 날.

바세론 콘스탄틴과 쇼메 주얼리가 프로모션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행사에 간 건 처음이라 무척 설레였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이 시계를 차고 갔다.

프로모션 매장을 지나는데

셀러들이 나를 보며 먼저 말을 걸었다.

"시계 정말 예쁘시네요."하고 말이다

명품관에 갔을 때 원래도 구매를 목적으로

시간 내서 가기 때문에 이 사람을 살 거라는 느낌을

줘서 그런지 항상 좋은 대우는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이 시계는 말하자면 프리패스였다.


처음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변화를 느꼈지만,

이런 소비의 자리에서는

‘눈에 보이는 상징’ 덕분에 나에 대한

밀착 서비스가 훨씬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앉아서 이것도 보여드릴게요."
"시착해보실래요?"
"이건 이 가격인데, 이 조합도 있습니다."

정보도, 대화도, 기회도 전보다 훨씬 많이 열렸다.


나에게는 1억 7천만 원짜리 시계까지 꺼내 보여줬고,

선물도 받았다.

어느 매장의 담당자는 내게 먼저 연락처를 요청하며,

명확한 관심과 의사를 표현했다.


그날 나는,

보이는 것 하나로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이 세계의 이치를 조금 체감했다.

대우받고 싶다면,

그들에게 내가 가진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고가시계를 사고,

비싼 차를 타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믿는

사람에게 일종의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그 시계 하나가 나를 ‘구매 가능성 있는 사람’

이라는 걸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


남편이 차를 바꿨을 때도,

값비싼 시계를 차고 나갔을 때도

보이는 것, 차려입은 것, 걸친 것.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보이는 것들이

아주 좋은 미끼가 되었다


이날 행사에 다녀온 후기는,

앞서 말했듯 약간의 우월감과 괴리감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가 고가의 시계나 주얼리를 척척 살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 손에 들어온 이 시계가

그날의 나를 신데렐라처럼 만들어준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어떤 소비를 하고 있을까?

남에게 보이는 소비보다는,

나에게 좋은 소비를 하고 있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의 시계를

하나 더 구매하긴 했지만,

그건 롤렉스도 예거도 아니었고,
그저 내 눈에 예쁘고 내 마음에 드는 시계였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소비를 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건,

나처럼 고가의 소비가 궁금했던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해설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명품 #소비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