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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호 Apr 09. 2024

[책 소개 글] <호로요이의 시간>



일본 베스트셀러 1위 《버터》 유즈키 아사코, 《기억술사》 오리가미 교야, 《낮술》 하라다 히카, 《달리기의 맛》 누카가 미오, 그리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카이 기쿠코. 요리소설로 가부장제의 폐해를 파헤치고, 보통 사람들의 지친 하루를 위로했던 작가들이 ‘술’로 뭉쳤다.     


《호로요이의 시간》은 담금주부터 사케, 위스키, 칵테일까지 술을 소재로 그 종류만큼 다채롭고, 해가 갈수록 깊어지는 인생, 특히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단편집이다. 각 편에는 저마다 다른 향, 맛, 빛깔의 삶과 사랑이 담겨 있다. ‘평생을 간직한 비밀스러운 사랑이, 이별 뒤에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사랑이, 벚꽃 날리던 대학교 교정의 싱그러운 사랑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랑이,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우리 모두가 깨달은 공동체의 사랑까지.’     


인생과 사랑 이야기에서 술과 음식이 빠지면 팥 없는 찐빵일 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과 함께 벚꽃 날리는 교정에서 사케 ‘봄의 연주’를 음미하고, 허름한 노포 ‘자츠’에서 눈물을 감추기 위해 치킨난반에 맥주를 폭풍처럼 흡입하고 있다. 추천의 글에서 박찬일 요리사는 “소설 속 동네밥집 ‘자츠’가 실재하는 듯 생생해 바보처럼 구글로 검색까지 해 보았다.”고 고백한다.     


단순한 요리소설이란 오해는 금물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은 본사에서 지점으로 밀려나는 ‘마미 트랙’, 코로나 확산 시기 돌봄을 더더욱 개인에게 떠넘기는 국가, 획일적인 사랑과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이야기에 칵테일 재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해 대표적인 일본문학들을 우리말로 옮겨온 온 전문번역가 권남희 씨가 번역을 맡았다.     


슬슬 어묵탕에 따뜻한 청주 한 잔이 그리운 계절, 《호로요이의 시간》을 읽다 보면 술 한 잔 홀짝이는 자신을, 무더운 여름이라면 책 표지처럼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러 선술집이나 바bar로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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