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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아트 May 20. 2024

할머니의 간장게장

나에게는 시어머니 대신 시할머님이 계시다. 

내가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잠깐 시할머니댁에서 같이 산 적이 있었는데

할머님이 담근 간장게장을 두돌 된 내 딸이 너무 좋아했다.

지금까지 그 맛을 아는 아이는 할머님이 만들어주시는 간장게장을 보면

그날은 사발로 밥을 먹는 날이다.


시댁이야기라고 하면 

다들 얼마나 힘든지 경쟁하듯 이야기 하지만

시댁가족이 우리 할머니처럼 잘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할머님은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고, 건강하시고 피부까지 고우셔서 늘 큰 나무처럼 우리곁에 지켜주실 것 같은 분이시다

그런데 생전 약한 소리안하시던 할머님이 전화가 오셨다.

간장게장 잘 먹었니?

물으시면서, 발에 통풍이 와서 약을 먹고 괜찮아졌는데

이제는 목디스크가 오셔서 약을 먹으니 너무 힘드시다는것이다. 

아픈 몸으로도 증소녀를 위해서 간장게장을 담으셨을 생각을 하니 

머리끝까지 열이오르며 눈이 뜨거워졌다.


연세가 90이 다 되어가시니 

늘 아픈곳없이 건강하시던 할머니가 아프다.

늘 옆에 있어주시면서 오랫동안 내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월은 기다려주지않고 빠르게 지나간다.

손안에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잡을수도 놓을수도 없는 시간

아이들이 커가는 기쁨에 정신차려보니 나도 이제 아줌마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중년이되었다.

하나둘씩 아프면 빨리 낫질않는다.

고단한 몸을 돌보다 보면 부모님의 얼굴의 주름이 보인다.

말씀을 하시지 않지만, 늘 병원을 다니시고 약을 먹으면서도 괜찮다 하신다.


간장게장을 보며 혹시나 이게 마지막으로 먹는 할머니의 간장게장이 아닐까...

갑자기 무서워졌다.

할수 있는건 자주 전화하고 연락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것을 안다.

무뚝뚝하고 애교없는 나는 이번 어버이날엔 용기내어 사랑한다 말을 했다. 참 멋없게도 말이다.

그래도 기쁘게 웃으시면서 행복해하는 부모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할머니에게도 사랑한다 말을 하고 싶은데 목에 걸려 안나오는지...

할머니의 간장게장 이 맛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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