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거리의 밤은 흐릿한 네온빛과 전자 광고판의 잔향으로 번들거렸다. 희미한 기계음과 공중을 떠도는 스모그가 바닥을 은은하게 물들였다. 그 한구석에서 케이티는 여느 때처럼 낡은 소파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재생사'였다. 영화상 카드를 손님의 머릿속에 직접 재생해주는 직업. 한때는 유행했지만 이제는 쇠락한 업계였다.
대부분의 손님은 같은 유형이었다. 주름진 손으로 오래된 포르노 영화상 카드를 쥐고 와선 트랜스 상태로 빠지길 원했다. 케이티는 추가 요금을 받고 그들의 곁에 앉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도 흐릿한 존재가 되어 현실과 단절되었다. 이곳에서 탈출할 에너지도, 꿈도 없었다. 그저 독립적으로 현화를 벌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손님은 달랐다.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였고, 손에 들린 것은 오래된 카드였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포르노가 아니었다. 카드 상단에는 선명한 로고가 박혀 있었다. (주)신성. 초대기업의 소유물이었다.
"이걸 재생해주게."
그는 두 배의 요금을, 그것도 흔한 전자 화폐가 아닌 광전으로 지불했다. 평소 받던 금액의 다섯 배 가치였다. 케이티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만한 돈이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트랜스 없이,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는 강제적 몰입. 영상이 시야를 잠식하며,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화면 속에서 케이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업 홍보 영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록이었다. 실험체들. 비명. 익숙한 얼굴들. 그녀가 알던 누군가가… 아니, 그녀 자신이 그 속에 있었다.
충격에 정신을 차리자, 노인은 사라지고 카드도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서서히 틀어졌다. 주변의 풍경이 낯설어졌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 새우 거리(Wachebel, Shrimp Street)
서울 센트럴부 와치벨에 위치한 환락가. 물질계에서는 새우건물이라는 게이트 역할의 건물로 존재하며, 인공계에서는 좁은 시장거리를 이루고 있다. 불법 임플란트 시술사, 영화상 카드 재생사, 데이터 브로커 등 다양한 불법적 서비스와 정보가 유통되는 공간이다.
✅ (주)신성(SINSUNG Corp.)
FEWK국 최대 대기업으로, 공단계와 물질계를 넘나들며 국가급 영향력과 자본,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임플란트, 의지체,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비윤리적 연구 및 실험을 진행하는 것으로도 악명 높다.
✅ 영화상 카드(Movie Card)
기억을 직접 자극해 사용자의 머릿속에 영상을 재생하는 저장 매체. 초기에는 영화관에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불법 거래되며 기업의 기밀 저장 장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재생사는 이 카드를 해독하여 사용자에게 직접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 재생사(再生士)
영화상 카드를 고객의 뇌에 재생해주는 직업. 심상 재생과 심상 전이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션 직업으로, 한때 유망했으나 현재는 쇠퇴했다. 일부 재생사는 심상 데이터를 조작하여 기억을 변형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 광전(光錢)
동백국 광제 시대에 발행된 마지막 국가 화폐. 실물 금으로 제작되었으며, 1광전이 1명의 육체 차원 이동에 필요한 바이트를 보유하고 있어, 차원이동을 다루는 기업과 러너들 사이에서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된다.
✅ 트랜스(Trance)
외부 자극에 의해 의식이 전이되거나 몰입된 상태. 영화상 카드는 지정된 트랜스를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자에게 강렬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다이브(완전한 의식 전이)와 구분되며, 일부 기업에서는 트랜스를 이용한 기억 조작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