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루루의 모험과 세계관 작업
[PROJECT PERROTIA] CRESTIEL TOWN LOREBOOK
Day 1 - Complete Episode (Template v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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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앵무섬 항구 "고양이가 앵무섬에!"
부제: 날개 없는 고양이, 그리고 본능이 기억하는 공포에 대하여.
날씨 & 기분: 시리도록 투명한 파란 하늘, 코끝이 찡한 건조한 바람 / 털이 곤두서는 낯선 시선들.
오늘의 BGM: Sigur Rós - Hoppípolla (Piano Solo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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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깼을 때 루루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무언가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유루유루 상단의 무역선 리틀 피시 호 갑판 위, 붉은 컨테이너 박스 뒤쪽은 작은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낮잠 장소였다. 그곳은 늘 일정한 냄새가 났다. 낡은 밧줄에 배어든 소금기, 건조된 생선에서 나는 비릿하지만 고소한 향기, 그리고 동료 고양이들의 따뜻한 털 냄새. 그 익숙한 냄새들은 루루가 안전하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지금, 그 장소가 사무치게 그리워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모처럼 상륙한 섬의 상단 창고 위의 기와지붕이 너무도 따뜻해서 푹 잠들어버린 탓이다.
작은 코끝을 스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깨끗해서 시린 냄새였다. 물기는 하나도 없이 바짝 마른 공기, 쇠붙이가 차갑게 식었을 때 나는 금속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섞인 어떤 자극적인 향.
루루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기지개를 켜려던 앞발이 허공에서 멈췄다.
수평선이 없다.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에, 끝도 없는 하얀 거품 같은 것들이 흐르고 있었다. 구름이었다.
"야... 옹?"
목소리가 힘없이 흩어졌다. 바람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휘익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웅웅 거리는 저음의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루루는 벌떡 일어나 컨테이너 난간을 붙잡았다. 저 멀리, 아주 작은 점 하나가 하얀 구름 바다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꼬리에 익숙한 리본을 단 배, 리틀 피시 호였다.
"잠깐만... 나 아직 안 탔어!"
소리쳐봤지만 소용없었다. 배는 이미 바람의 길을 타고 쾌속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멍하니 서 있는 루루의 발치로, 무언가 팔랑거리며 날아와 붙었다. 구겨진 메모지였다. 익숙한, 개발새발 쓴 글씨체.
[To. 우리 막내 루루]
대체 또 어디서 자고있는거냐? 도저히 못 찾아서 어쩔 수 없이 출항한다.
걱정 마라. 30일 뒤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이 항구로 돌아올 거야.
항구 소장 영감한테 말해뒀으니, 내륙에 있는 '도토리 여관'에 가서 방을 달라고 해라. 숙박비는 나중에 낸다고 해라.
밥 굶지 말고. 사고 치지 말고. 특히...
- 너의 무책임하지만 사랑스러운 단장 냥 -
루루는 쪽지를 구겨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것이 지금 작은 고양이가 가진 유일한 이정표였으니까. 주머니 속을 뒤적이자 차가운 금속 캔 하나가 손에 잡혔다. 유통기한이 2년 남은 참치캔.
루루는 이것을 가슴에 품었다.
'이건 식량이 아니야. 내 정체성이야.'
작은 고양이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나는 버림받은 게 아니야. 잠시, 아주 잠시 맡겨진 거야.'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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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숲을 빠져나와 항구 중앙으로 걸어 나왔을 때, 루루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작은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곳, 크레스티엘 제1항구는 거인들의 세상이었다.
짐을 나르는 기중기는 고철과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기괴한 새 둥지 모양이었고, 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루루가 알던 '새'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완벽한 알바트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어떤 이는 인간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인간과 똑같이 생겼는데 등 뒤에 작은 날개만 달려 있기도 했다.
새와 인간 사이의 무한한 그라데이션. 그것이 이 세계의 종족 구성이었다.
"어이! 거기 털 뭉치! 비켜!"
루루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덮쳤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타조 아저씨가 작은 고양이 키의 세 배는 되는 나무상자를 등지게에 지고 달려오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루루는 납작 엎드렸다. 타조 아저씨의 튼튼한 다리가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쿵, 쿵, 쿵. 땅이 울렸다.
작은 고양이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꼬리는 다리 사이로 말아 넣었다.
이곳에서 루루는 너무 튄다. 다들 깃털을 가졌는데 혼자만 털을 가졌고, 다들 두 발로 걷거나 날아다니는데 혼자만 네 발로 걷는다.
수백 개의 눈동자가 작은 고양이를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호기심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경계심이었다. 루루는 그림자 속으로, 더 깊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며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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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심사대는 투명한 유리 부스였다. 하지만 민원인이 서는 곳은 낮고, 심사관이 앉은 곳은 높은 횃대 위였다. 루루는 고개를 90도로 꺾어 올려다봐야 했다.
"다음."
사무적인 목소리. 제복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매 심사관이 작은 고양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코에 걸친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더니, 루루의 목에 걸린 초록색 스카프와 입국 서류를 번갈아 보았다.
"이름 루루. 소속 유루유루 상단. 종족..."
심사관의 펜이 멈췄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뚝 끊겼다.
"...펠리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루루를 빤히 쳐다봤다. 고양이라는 뜻이었다.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루루 뒤에 줄을 서 있던 앵무새들이 일제히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공기가 싸늘해졌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고양이래."
"세상에, 저런 맹수가 입국해도 되는 거야?"
"아직 새끼 같은데? 솜털 좀 봐."
"야, 고양이는 1년이면 다 커. 쟤가 나중에 배고프다고 우리 애들을 공격하면 어쩔 거야?"
"저 날카로운 발톱 좀 봐. 끔찍해."
루루는 황급히 앞발을 뒤로 감췄다.
'아니에요. 나는 참치캔만 먹어요. 사냥 같은 거 할 줄 몰라요. 쥐 장난감도 무서워한다고요.'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꽉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억울함보다는 수치심이 먼저였다. 작은 고양이는 아무짓도 안 했는데. 단지 '고양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루루는 이곳에서 잠재적 범죄자였다.
매 심사관이 차가운 눈으로 물었다.
"비행 면허는?"
"없습니다."
"날개 길이는?"
"...없습니다."
"체공 시간은 0초겠군. 테라 피르마 허가가 필요한데, 보증인은?"
땅에서만 살 수 있는 자격이라는 뜻이었다.
그때였다.
"그 녀석 보증인, 여기 있네."
어디선가 묵직하고 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루가 뒤를 돌아보니 낡은 캡 모자를 쓴, 턱주머니가 축 늘어진 펠리컨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항구 소장님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낡은 파이프 담배와, 먹다 남은 멸치 머리, 그리고 묵직한 황동 도장을 꺼냈다. 불은 붙이지 않는 담배였다.
"유루유루 상단주가 내 앞으로 달아놓은 외상이 얼만 줄 아나? 이 녀석이 사고 치면 그 양반 배를 압류하면 그만이야."
"하지만 소장님, 규정상 포식자 계급은..."
"규정 제4조 2항. '신원이 확실한 상단 소속원은 종족 불문 입국을 허가한다.' 자네가 달달 외우는 거 아닌가?"
매 심사관은 잠시 펠리컨 소장과 루루를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쾅.
도장 자국에는 낯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테라 피르마'라는 글자 옆에 작은 별표와 함께 '관찰 요망'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감사... 합니다."
루루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펠리컨 소장은 작은 고양이의 눈을 보지 않고 허공을 보며 말했다.
"고개 들어라, 꼬마야. 네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왜 땅만 보고 다녀? 여긴 바람이 좋아서 고개를 들어야 숨쉬기 편해."
그의 옷깃에서 나는 짭짤한 멸치 냄새가, 엄마 냄새 같아서 루루는 조금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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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이 가르쳐준 대로, 루루는 내륙 마을 크레스티엘 타운으로 들어가는 구형 셔틀버스에 탔다.
버스는 낡았지만 깨끗했다. 특이한 점은 의자가 없고, 바닥에서 솟아오른 둥근 기둥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다는 점이었다. 횃대였다. 승객들은 그 기둥을 발로 움켜쥐고 서서, 혹은 앉아서 갔다.
루루는 제일 뒷자리, 짐을 놓는 평평한 공간에 웅크리고 앉았다.
옆에는 장바구니를 든 오리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작은 고양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또 무서워하는 걸까.'
루루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스가 항구를 벗어나자, 풍경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회색빛 철골 구조물과 황량한 구름 바다가 사라지고, 울창한 초록빛 숲이 나타났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키가 컸고, 그 사이사이로 둥근 돔 모양의 집들이 버섯처럼 피어 있었다.
공기는 점점 달콤해졌고, 빛은 부드러워졌다. 저 멀리,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보였다. 크레스티엘 타운이었다.
"저기, 아가."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리 할머니가 사탕 껍질을 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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