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생선이 없다니요?"

부제: 앵무새 마을에 떨어진 치즈냥의 체류기

by 김동은WhtDrgon

1-1. 아침의 풍경 - 비어가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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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제 저녁을 거의 먹지 못했고, 이 섬에 온 이후로 내내 제대로 된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했다. 곡물 죽은 루루의 위를 채우지 못했다. 고양이의 소화기관은 곡물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

루루는 거울을 봤다. 털에서 윤기가 빠졌다. 눈 주변이 움푹 들어간 것 같았다.

'고기를 먹어야 해. 빨리.'

루루는 앵무새 할머니를 찾아 1층으로 내려갔다.

"할머니, 저... 고기 파는 곳이 어디 있어요?"

할머니는 루루를 보더니 잠시 생각했다.

"고기? 생선 말하는 거니?"

"네. 생선이나, 고기나... 아무거나요."

"중앙 광장에 시장이 있긴 한데, 생선은 비싸. 그리고 신선한 건 거의 안 들어와. 여긴 하늘이라 바다가 멀거든."

"그럼... 편의점 같은 데는요? 통조림이라도..."

"25시의 둥지라는 편의점이 광장 옆에 있어. 거기 가보렴. 혹시 모르니까."

루루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배가 너무 고팠다.


1-2. 여정의 시작 - 25시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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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악몽 같은 버스를 다시 탔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짐칸으로 갔다. 익숙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덜 굴러다녔다.


중앙 광장에 내려서, 루루는 '25시의 둥지'라는 간판을 찾았다. 광장 동쪽, 작은 골목 안쪽에 있었다.

편의점은 작았다. 문은 자동문이 아니라 손으로 밀어야 하는 나무문이었다. 루루는 뒷발로 일어서서 문을 밀었다.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편의점 안은 환했다. 햇빛이 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진열대가 여러 개 있었다. 루루는 하나씩 둘러봤다.


첫 번째 진열대: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마씨, 각종 곡물.

두 번째 진열대: 사과, 배, 건포도, 말린 과일.

세 번째 진열대: 알곡 삼각김밥, 곡물 빵, 씨리얼.

네 번째 진열대: 넥타(꽃즙 음료), 우유, 과일 주스.

다섯 번째 진열대: 벌레 스낵(건조 지렁이, 귀뚜라미 칩스).


루루는 절망했다.

고기가 없었다. 생선도 없었다.

루루는 카운터로 갔다. 거기에는 왕관앵무 알바생이 서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새였다.

"저기요... 생선 있어요?"

"생선? 아, 참치캔 같은 거?"

"네! 그거요!"

"없는데."

왕관앵무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여기 편의점은 곡물이랑 과일 위주야. 생선은 안 들여와. 수요가 없어서. 근데 넌... 고양이지? 신기하네. 처음 봐."

"그럼... 어디 가면 살 수 있어요?"

"시장 가봐. 생선 장수가 있을 거야. 근데 비싸. 그리고 오늘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어."


루루는 한숨을 쉬었다.


"...우유는 있어요?"

"응, 우유는 있지. 2번 진열대."

루루는 우유를 집었다. 작은 병에 든 우유였다. 가격표를 봤다. 5 Seeds.


루루는 주머니를 뒤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돈이 없었다.


"...돈이 없어요."

"그럼 못 사."


왕관앵무는 냉정했다.

루루는 우유를 도로 놓고, 편의점을 나왔다. 빈손이었다.


1-3. 위기와 조우 - 캔 따개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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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갔다. 중앙 광장 남쪽에 작은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과일 가판대, 곡물 포대, 꽃 노점, 그리고... 생선 장수.

루루는 생선 장수 앞으로 달려갔다. 중년의 코뿔새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었다.

나무 상자 위에 생선 몇 마리가 놓여 있었다. 크고 은빛 비늘이 반짝이는 생선이었다.


"저기요! 생선 얼마예요?"

"한 마리에 50 Seeds."


루루의 귀가 축 늘어졌다.


50 Seeds. 루루는 1 Seeds도 없었다.


"...작은 건 없어요?"

"이게 제일 작아. 더 작은 건 안 들여와. 항구쪽으로 가면 있을걸."

루루는 생선을 바라봤다. 입에서 침이 고였다. 저걸 먹고 싶었다. 너무나도.

"...다음에 올게요."

루루는 돌아섰다.


그때, 시장 구석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루루는 다가갔다.

작은 잡화점이었다. 온갖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망치, 톱, 가위, 그리고... 캔 따개.

루루는 멈춰 섰다.

'캔 따개가 있네.'

캔 따개를 사면, 참치캔을 딸 수 있다.

루루는 가게 주인을 봤다. 늙은 까마귀 할아버지였다. 루루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찾니?"

"...캔 따개요. 얼마예요?"

"3 Seeds."

루루는 고개를 저었다.

"돈이 없어요."

"그럼 일해. 심부름 한 번 하면 3 Seeds 줄게."


루루는 귀를 쫑긋 세웠다.


"진짜요?"

"응. 저 과일 상자 나르면 돼. 무겁지 않아."

루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1-4. 밤의 안식 - 첫 임금과 캔 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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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는 과일 상자를 날랐다. 무겁지는 않았지만, 크기가 컸다. 루루는 상자를 몸으로 밀어서 가게 안쪽으로 옮겼다.

10분쯤 걸렸다. 땀이 났다. 하지만 해냈다.

까마귀 할아버지는 서랍에서 씨앗 3개를 꺼내 루루에게 건넸다.

"수고했어. 이게 3 Seeds야."

루루는 씨앗을 받았다. 처음으로 번 돈이었다. 작지만, 뜨거웠다.

"캔 따개... 살게요."

"그래. 여기."

할아버지는 낡은 캔 따개를 건넸다. 녹슬었지만, 작동할 것 같았다.

루루는 캔 따개를 품에 안았다.

루루는 기뻤다. 드디어 참치캔을 먹을 수 있다!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 루루는 빨리 뛰었다. 배가 고팠다.


루루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앵무새 할머니가 루루를 봤다.

"구경 잘 했어?"

"할머니... 일자리 같은 거 없어요? 돈을 벌고 싶어요."

할머니는 루루를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설거지 도와줄래? 저녁 식사 후에 접시 닦는 거. 하루에 5 Seeds 줄게."

"할게요!"


루루는 그날 저녁, 설거지를 했다. 싱크대가 높아서 나무 상자를 밟고 올라가서 했다. 물이 차가웠고, 접시가 미끄러웠지만, 루루는 집중했다.

1시간 뒤, 설거지가 끝났다. 할머니는 루루에게 씨앗 5개를 건넸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방으로 돌아온 루루는 주머니에서 참치캔과 캔 따개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4일 만에 먹는 고기였다.


캔 따개를 캔 뚜껑에 꽂았다. 끼익, 끼익.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뚜껑이 열리자, 비린내가 확 풍겼다. 루루는 캔 안을 들여다봤다. 분홍빛 참치 살이 기름에 젖어 있었다.

작은 고양이는 천천히 참치를 핥았다. 짭짤했다. 비렸다. 하지만 맛있었다. 너무나도.

루루는 캔을 다 비우고, 입가를 핥았다. 배가 따뜻해졌다. 4일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배를 채웠다.


'이제... 이 캔도 없네.'

앞으로는 정말로 생선을 사야 한다. 50 Seeds. 아직 멀었다.

하지만 오늘은 고기를 먹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 번 돈: 3 Seeds (심부름) + 5 Seeds (설거지) = 8 Seeds.

쓴 돈: 3 Seeds (캔 따개).

남은 돈: 5 Seeds.

생선 한 마리까지: 45 Seeds 남았다.


루루는 한숨을 쉬었다. 너무 멀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내일도 일하면 된다. 모레도, 글피도.

루루는 담요 위에 누웠다. 배는 여전히 고팠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루루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라도 참치캔을 먹고 싶었다.

도토리 여관 103호의 털 뭉치 4화.jpg


=== Day 4 ===

오늘의 가계부

수입: +8 Seeds (심부름 3 + 설거지 5)

지출: -3 Seeds (캔 따개 구매)

잔액: 5 Seeds

생선까지 45 Seeds 남았다. 하루에 5 Seeds씩 벌면... 9일 걸린다. 너무 길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오늘 나는...

☑ 외로웠다 - 편의점에서 생선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 두려웠다 - 배고픔이 점점 심해질까 봐

☑ 안심했다 - 일자리를 얻었을 때

☑ 호기심이 들었다 - 시장의 다양한 음식들을 봤을 때

☑ 화가 났다 - 생선이 50 Seeds나 한다는 걸 알았을 때

☑ 고마웠다 - 까마귀 할아버지가 일을 시켜줬을 때

☑ 그리웠다 - 리틀 피시 호에서 먹던 참치캔, 생선 냄새


몸 상태

식사: 참치캔! 이젠 없어!

수면: 모처럼 숙면

부상: 없음

특이사항: 체중 감소 추정, 털 윤기 감소, 기운 없음


오늘의 한 줄

"캔 따개는 샀지만, 이제 캔이 없다. 생선은 봤지만, 돈이 없다. 하지만 일은 있다.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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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MEJE Works의 세계관 설정 기반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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