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기획을 침해받지 않고 AI와 일하는 방법.
1. 호칭의 인플레이션, 본질은 하나
모든 분류의 기획자, 혹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결국 'PD' 혹은 '디렉터'라는 한 명의 화자로 규합된다. 물론 교과서적으로는 다르다. PD는 예산과 인사권 같은 ‘제작과 관리’의 영역이고, 디렉터는 기획, 구성, 연출 같은 ‘콘텐츠 내적’ 책임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디렉터의 권위가 PD를 편집인 수준으로 누르기도 하고, 반대로 PD가 제왕이 되기도 한다. 유명세에 따라, 호칭 인플레이션에 따라 뒤섞인다.
게임판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트 디자이너 모두가 연차가 차면 PD와 디렉터의 자리로 올라간다. 결국 "누가 콘텐츠의 핵심(Core)을 쥐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사장은 경영이니 논외로 치자. 물론 사장+기획자+제작자를 겸직하는, 그 모든 짐을 짊어진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지만.)
다만, '기획자'라는 직군은 제작에 앞서 문서를 만지고 창작을 선행한다는 특성 때문에 조금 더 앞단에 위치한다. 대본과 연출을 남보다 먼저 접하니까. 결국 모든 창작자는 스스로가 자신의 기획자일 수밖에 없다. 결과로 증명하지 못한 모든 이들은 직접 발로 뛰어야 하고, 자금이 집행되기 전의 모든 작업은 결국 '기획'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획자의 직업적 소명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 코딩, 디코딩, 그리고 스크립팅
콘텐츠의 본질을 조금 현학적으로 정의하자면 “사람들이 코딩(Coding)한 것을 디코딩(Decoding)하여 모델링(Modeling)되도록 하는 스크립팅(Scripting) 작업”이다. 개발자나 아티스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이건 심리학적인 이야기다.
코딩(부호화): 사람들은 경험과 정보를 기억하기 쉽게 뇌 속에 압축해서 저장한다. 이걸 '코딩'이라 치자. 이 코드는 개인마다, 혹은 집단(한국인, 여성, 아동 등)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걸 시장, 혹은 타겟이라고 부른다.
디코딩(복호화): 콘텐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자고 있는 그 코드를 끄집어내어 구체적인 상상과 체험으로 되살리는 작업이다.
스크립팅: 이 디코딩을 무엇으로 하느냐. 나는 이걸 '스크립팅'이라 부르고 싶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일련의 행동과 감정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주먹을 들면 때릴 것이고, 식당에서 일어서면 계산할 것이라는 예측. 이 예측을 의도적으로 비틀거나(옷을 벗고 뛴다거나), 연결해서 사람의 행동이나 사상을 바꿔놓는 것. '절망'이라는 스크립트를 '희망'으로 다시 쓰는 것.
모델링: 그렇게 만들어진 본보기를 통해 사용자가 무의식중에 학습하고 동화되게 만드는 최면술 같은 것.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끌어온 건 '낯설게 하기'를 위해서니 양해를 바란다. 요점은, 이 작업을 기술적으로 압축하면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3. B급 고퀄과 효능감
모든 콘텐츠가 거창한 메시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신나지? 웃기지? 뭔가 해낸 것 같지?" 이런 감각(효능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대중문화는 생계에 지친 사람들이 향유하는 예술이다. 그들이 고작 리모컨 버튼 누를 힘밖에 없을 때조차, 마음속엔 고양감과 의미에 대한 갈증이 있다. 신파적이든, 키치하든, '단단하지 않은 껍질에 싸인 가치 있는 것들'. 우리는 이것을 B급 고퀄이라 부른다. 대중을 비웃는 건,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우리 부모와 형제를 비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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