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5장 세계관이 사람을 부르는 원리

5장 · 커뮤니티 공학 — 세계관이 사람을 부르는 원리

by 김동은WhtDrgon

커뮤니티의 정의 — 같은 단어를 쓰는 사람들

세계관은 혼자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관이 기능하려면 그것을 소비하고 소통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 이 집단을 커뮤니티라 부른다. 커뮤니티의 정의는 단순하다.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스타워즈를 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깊이로 아는 것은 아니다. 다스 베이더의 이름을 아는 것과, 미디클로리안 논쟁의 맥락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층위이다. BTS를 아는 것과, EHEH, 보라해가 무슨 뜻인지 아는 것도 다르다. 커뮤니티의 경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어진다. 특정 단어를 말했을 때 상대방이 그 의미와 맥락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면, 그 사람은 커뮤니티의 내부에 있다. 이해하지 못하면 외부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의 유무가 아니다. 커뮤니티 안에는 소통되는 지식 체계가 있고, 그 지식에 대한 공통의 해석이 있고, 해석에 기반한 가치 부여가 있으며, 그 가치가 축적되면 신용이 된다. 이 신용을 크레딧[1]이라 부른다. 크레딧이 통용되는 집단이 커뮤니티이다.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은 이 크레딧이 유통될 수 있는 지식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1장에서 배타적 지식체계라는 개념을 다루었다. 그 개념을 여기서 확장한다. 배타적 지식체계는 외부를 배척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내부의 크레딧이 외부로 유출되어 희석되는 것을 막는 면역 체계이다. 같은 키워드를 같은 의미로 쓰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언어가 형성되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동류가 된다. 4장에서 다룬 키워드 클라우드의 진짜 목적이 여기에 있다. 나만의 단어 조합이 선명할수록, 그 조합에 공명하는 사람이 찾아온다.


[소결]

• 커뮤니티는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며, 그 내부에는 지식 체계·해석·가치 부여·신용의 순환 구조가 존재한다.

• 키워드 클라우드의 진짜 목적은 설정집이 아니라, 그 조합에 공명하는 사람을 부르는 신호를 만드는 것이다.

• 배타적 지식체계는 외부를 배척하는 장치가 아니라 내부의 크레딧이 희석되는 것을 막는 면역 체계이다.


크레딧 — 콘텐츠의 가격은 커뮤니티가 매긴다

콘텐츠의 가격은 누가 정하는가. 창작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가 정한다.


미술 시장이 이 원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고흐의 그림이 수백억 원에 거래되는 이유는 그 그림의 물리적 속성 때문이 아니다. 캔버스 위의 물감이 그 가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가격이 존재한다. 경매[2]까지 가는 미술품이 상위 미술품이다. 서로 가지려고 가격을 부르는 행위 자체가 그 작품의 가치를 증명한다. 정찰제로 팔리는 그림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 원리는 모든 콘텐츠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BTS 멤버의 사인이 30만 원에 거래되는 것은, 그 사인의 물리적 가치가 아니라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그 가격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가격의 방향이다. 창작자가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가격을 올린다.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받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그 커뮤니티 안에서 나의 크레딧을 증명하는 행위이다.


이것을 거꾸로 읽으면 세계관 제작자의 과제가 드러난다. 세계관 안에서 유통되는 지식 체계를 설계하고, 그 지식에 대한 공통 해석을 형성하고, 해석에 기반한 가치 부여의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곧 크레딧이 유통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며, 세계관 제작의 경제적 본질이다.


이 구조는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국가도 하나의 세계관이다. 시민은 태어나면서 특정 국가라는 커뮤니티에 자동 소속되며, 그 커뮤니티의 법과 질서를 따르기로 합의한다. 화폐는 그 국가 세계관의 크레딧이다. 원화의 가치가 유지되는 이유는 대한민국이라는 세계관의 신용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며, 그 신용의 최소한의 보장은 세금을 원화로 받겠다는 국가의 선언이다. 지구상 300여 개 국가 중 절반 이상은 자국 화폐의 신용도가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상품권보다 낮다. 국가의 결속력이 떨어지면 화폐의 신용도도 떨어진다. 현실도 세계관이며, 세계관의 원리는 현실에서 이미 검증되고 있다.


[소결]

• 콘텐츠의 가격은 창작자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결정하며, 경매 구조는 크레딧의 공개적 증명이다.

• 세계관 제작의 경제적 본질은 크레딧이 유통되는 지식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 국가와 화폐는 현실 세계관의 크레딧이며, 세계관의 원리가 현실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사람 안의 여러 캐릭터 — 컬트와 커뮤니티의 차이

세계관을 통해 사람을 모은다는 말은, 한 사람을 통째로 포획한다는 뜻이 아니다. 한 인간의 내면에는 여러 개의 캐릭터가 공존한다. 직장인으로서의 나, 자녀로서의 나, 특정 작품의 팬으로서의 나, 소비자로서의 나. 이 각각의 캐릭터는 서로 다른 가치 기준을 가지며, 서로 다른 커뮤니티에 속하고, 때로는 충돌한다.


디지털 환경은 이 다중 캐릭터를 더욱 가시적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SNS 계정별로 다른 페르소나[3]를 운영한다. 고양이 집사로서의 계정, 아이돌 팬으로서의 계정, 직업인으로서의 계정. 각 계정은 각각의 커뮤니티에 속하며, 각 커뮤니티 안에서 독립적인 사회적 관계와 서열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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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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