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4장 자아 발굴과 키워드의 탄생

4장 · 창작자라는 데이터 — 자아 발굴과 키워드의 탄생

by 김동은WhtDrgon

독창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굴이다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창작자가 이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세계관의 역사를 돌아보면, 가장 강력한 IP는 대부분 창작자 본인의 편향된 경험과 집착에서 나왔다.


J.R.R. 톨킨은 직업적으로 언어학자였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대 영어와 중세 영어를 강의했고, 핀란드어의 음운 체계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의 집착은 중간계의 언어 체계, 즉 요정어 퀘냐와 신다린의 문법과 어원 체계로 이어졌다. 반지의 제왕은 이 언어들이 사용될 세계를 필요로 해서 탄생한 것이지, 판타지 소설을 쓰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조지 루카스는 조지프 캠벨의 신화론에 빠져 있었다. 캠벨이 정리한 영웅의 여정이라는 서사 구조가 스타워즈의 뼈대가 되었다. 루카스가 발명한 것은 광선검이나 데스스타가 아니라, 자신이 이미 흡수한 신화적 구조를 우주라는 무대 위에 재배치한 것이다.


독창성이란 없던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세계관 기반의 창작은 더욱 그렇다.


창작자만이 가진 고유한 편향, 즉 남들은 스쳐 지나가지만 자신만은 유독 오래 들여다보는 대상을 어떻게 재조합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부를 향해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내부에 쌓여 있는 데이터를 꺼내어 정리하는 것이다. 이것을 자아 데이터 마이닝이라 부른다.


이 맥락에서 세계관의 공동 창작적 속성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공동 작업을 전제한다. 내가 설계한 세계를 다른 작가가 이어받아 쓰고, 또 다른 작가가 확장한다. 이 구조에서 창작자 개인의 지필력이나 문체적 독창성은 핵심 요건이 아니다. 핵심은 세계의 구조와 법칙이 재현 가능하도록 정리되어 있느냐이다.


무협 장르에서 구파일방의 설정을 차용하는 것을 표절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장르 커뮤니티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공유 자산이며, 정통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증명한다. 환타지에서 엘프와 드워프를 등장시키는 것도, SF에서 워프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2장에서 다룬 전승 문학적 구조가 창작자 개인의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소결]

• 독창성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내부의 편향된 데이터를 발굴하고 재조합하는 것이다.

• 세계관은 공동 창작을 전제하므로, 장르의 공유 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라 정통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 자아 데이터 마이닝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출발하는 세계관 설계의 첫 단계이다.


4대 서사 축 — 무의식을 객체로 만드는 법

발굴된 데이터를 그대로 쌓아두면 쓸모가 없다.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다른 창작자가 참조할 수 있는 형태로 분류해야 한다. 세계관의 모든 키워드는 네 가지 기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인물, 사건, 사물, 장소. 이것을 4대 서사 축이라 부른다.


이 분류는 서사학의 전통적 구분과 맞닿아 있지만, 세계관 설계에서 이 네 가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세계관에는 이 네 가지 외에도 수많은 유형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행사, 이벤트, 단체, 타이틀, 직급, 의식, 법률 등. 그러나 이 네 가지가 다른 모든 유형보다 우선하는 이유는 객체화가 가장 선명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명사에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정의로운 통치 체제'보다 '다스 베이더'가 기억에 남는다. '혁명적 사건'보다 '알데란의 파괴'가 선명하다. '마법적 도구'보다 '엘더 지팡이'가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이 원리는 게임 개발에서의 절차적 생성과 같은 논리를 따른다. 게임에서 단검이라는 아이템이 존재할 때, 그 아이템의 정체는 그래픽과 숫자 데이터의 결합이다. 분류(무기 → 검류 → 단검), 속성(공격력, 방어력, 무게), 경제적 가치(상점 판매가), 희귀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데이터 구조 안에 담겨 있다. 세계관의 키워드도 동일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겉으로는 하나의 단어이지만, 그 안에 분류, 속성, 관계, 서사적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4대 서사 축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인물은 세계관의 가장 직관적인 진입점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실존 인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가상 캐릭터가 시드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의 외양이 아니라, 그 인물에게 끌린 이유이다. "내 세계관에 다스 베이더가 있다"고 선언했을 때, 까만 투구와 망토는 저작권의 영역이므로 가져올 수 없다.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감히 욕할 수 없을 정도의 위엄을 가진 악당',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경박하게 드러내지 않는 존재'와 같은 서사적 속성이다. 이 속성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것이 키워드의 탄생이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자연인, 직능인, 배역, 캐릭터는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자연인과, 배우로서의 슈워제네거와, 터미네이터 T-800이라는 캐릭터는 각각 별개의 엔티티이다. 세계관 안에서 설계하는 것은 캐릭터이며, 자연인과 배역은 그 캐릭터의 참조 데이터일 뿐이다.


사건은 두 가지 의미로 작동한다. 하나는 세계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알데란의 파괴, 발푸르기스의 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를 구성하는 현실의 사건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처럼, 창작자가 특정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세계관은 그 발화의 무대가 된다. 2장에서 다룬 '낯설게 하기'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한다.


사물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세계관을 단일한 이미지로 대표하는 매개체가 된다. 광선검, 사무라이 카타나, 웨스턴의 쌍권총,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 이것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세계관 전체를 압축한 상징이다. 나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사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세계관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질문이다.


장소는 서사가 벌어지는 물리적 무대이면서 동시에 세계관의 감각적 질감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호그와트, 타투인의 사막, 곤도르의 미나스 티리스. 이 장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세계관의 규칙과 분위기가 물리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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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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