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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l 22. 2021

<What과 How를 오간 게임기획자>

김동은WhtDrgon.150118#게임기획자하얀용

개요

이 글은 2015년 1월 18일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던 내용입니다.

계속 What과 How를 주기적으로 오가고 있는데, 2020년은 세계관의 How의 탐구였다면, 2021년 하반기인 지금은 다시 What을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

<게임 기획. What & How에 대한 상념들.> 


- 만 나이로 해도 꼼짝없이 40대의 생일을 맞이하여


게임 기획을 파다 보면 주기적으로 '테마'가 바뀌는 느낌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그중에서도 가장 무게중심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였던 것 같아요. 


 판타지 문학, go fntsy 판타지 동호회, pc-serve의 검과 마법 동호회를 할 때는 '어떤 소재를 써야 할까' What에 집중하다가 한 편 쓰고 나면 이게 너무 구려서 어떻게 써야 할까. 작문이니 작법이니 How로 왔다가. 


 티알 피지, go RPG 하이텔 RPG동호회를 할 때는 룰북을 구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새로운 룰들을 해외에서 가져왔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던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극단을 보며 안목도 넓히고. APhA, D&D, AD&D 그리고 수많은 룰북들. GURPS. 무엇에 집중하다가, 충분히 자료가 모였을 때는 어떻게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을까. 다시 How로 왔다가.


 게임 기획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에버퀘스트와 울티마,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짚어가며 무엇을 만들까를 고민했다가, 실패 이후 복기하면서 더 정묘 한 기술들, 비율, 밸런스, 흐름을 따지며 어떻게 섬세하게 만들지 다시 How로 왔다가. 


 최초부터 팀장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팀이 생기면서 실무가 나눠지면서 자못 으쓱한 마음에 'How'는 아랫사람. 윗사람은 'What'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마음가짐에 What을 숭상했다가... 다시 중간에 큰 그림의 How, 팀 기획에 대한 Know-How들. 


 동지들이 전부 MMORPG만 하는 바람에 Reflexive 닷컴에서 VISA카드로 결제해가며 한 미니 캐주얼 게임들은 피쳐폰에선 돌아가기 힘들었고, 국내에서 이걸 펼칠 때가 올까 하다가 들어선 스마트폰의 시대. 모바일 초기 시장에서 무차별 개발 공세와 100개씩 사들여대는 초기 시장의 전형 속에서 다시 무엇을 만들까에 들어갔다가. 


 중기 시장에 들어오며 뚜렷해진 갈래들 속에서 다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 그리고 모바일 개발체계에서 MMORPG 특유의 수직 도제 시스템의 위엄에서 벗어나면서 경험과 수련을 통해 체득한 기획들의 이름을 알고 싶고, 원리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싶다는 생각. 다시 How로 돌입.


 그리고 경영과 스타트업에 대해 지식 부족으로 이번에는 'How'먼저 느끼고 고등학생처럼 공부를 시작. 그 와중에도 난무하는 '계산하지 말고 도전하라!'라는 외침들. 세법 실무는 그만두고 아이디어를 세워라. vs 사업계획서와 아이디어는 다르다. 의 각축전들. 


 그렇게 달리면서 느낀 것이, 사람들이 무엇과 어떻게에 대해 어떤 개발 계급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개발자는 이래야 한다거나, 기획자는 이래야 한다거나. 마치 크로키와 디테일 사이에 직책이 구분된 것인 양. 그리고 반복 단계 속에서 상대 단계를 자신이 최근 지나온 What 혹은 How에 대려는 성급함을 느꼈습니다. 아 MMORPG는 아직도 그 시대를 지켜가고 있구나. 혹은 그대로 있구나. 


 나중에 또 뒤집어지겠지만, 모뎀 시절 동호회 아마추어 10년, 병역 후 게임 기획 17년. 문화콘텐츠 석사과정 2년. 강의 3년. 지금은 How를 원 없이 파고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바는 디테일은 팀장이니 디렉터니 달아도 결국 남에게 맡겨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하나 써먹으려고 하나 배우는 단계도 아니고요. 갈구하는 것은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스키마입니다. 결과물은 A4 몇 장 혹은 어떤 이미지일지라도 그 게임의 콘셉트는 손 안에서 흐르는 디테일하게 구분되는 스키마를 통과해 나타납니다. 


 아무리 큰 나라의 여왕이어도 애는 직접 낳아야 합니다. 


 기획도 그런 겁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듀서, 디렉터, 기획팀장을 들여도 만일 자신이 게임을 창조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디테일의 흐름을 따라 나오는 멜로디. 한 줄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바로 '오리지널리티'. 그리고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악보를 다듬고 그 멜로디에 따라 지휘하고, 연주하며 교향악단을 만들어 내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위치에서 게임을 만들어도 이 단계를 지나 다시 또 What으로 갔을 때 입안의 혀, 손 안의 공처럼 구상을 완료하기 위해서. 기획에도 종심의 단계가 있을 겁니다. 


從心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흐드러지게 화폭을 그려도 프로그램과 그래픽에 부담이 아닌 열망을 주고,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꿈의 기획. 꿈을 꾸는 대로 마음속의 다이얼들이 움직여주며 콤 포징이 되는 느낌의 꿈. 혹은 망상. 아- 이게 되면 정말 멋질 텐데. 너무 어처구니없는 망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언제부터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다고.


이걸 만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뭐가 그리 급한지 상급 기획자의 What 소양에 대해 논하는데,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만 난 이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외로움이 가득입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째 모르는 것이 점점 많아지기만 하니. 하아- 이래서 어릴 적에 더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뒤죽박죽 꺼내지 않고 경험을 할 때 차곡차곡 정리해 왔을 수 있었을 텐데.


150118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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