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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Mar 09. 2018

벤치마킹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해야 효과적일까?


오클라호마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샘 월튼이 가진 것은 오직 성실함과 열정뿐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백화점에서 주급을 받으며 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로 진급한 그는 상점을 운영하면서 평생 동안 도움이 될 습관 한 가지를 만들었다. 그것은 경쟁 업체를 찾아다니며 그들이 장점을 배워오는 것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도서관에 앉아 소매업 관련 서적을 모조리 찾아 읽거나 근처 백화점, 유통 업체를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는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직접 책을 읽거나,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경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또한 허투루 흘려듣지 않았다.


1945년, 샘은 2차 대전 시기의 군복무를 마치고 직접 저축해놓은 돈과 장인에게 빌린 돈을 합쳐 본격적인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인만의 독립상점을 갖게 된 그는 탁월한 경영으로 꾸준히 매상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궤도에 오른 상점경영을 매니저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를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샘의 가게는 계산대 뒤에 물건이 진열되어 있고,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점원이 집어다주어야 하는 방식이었다.(우리가 담배를 사는 것처럼, 모든 물건을 그런 식으로 구매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가게 점원이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건비가 더 들더라도 추가적으로 직원을 더 뽑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은 미네소타의 한 상점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상점은 당시 보편적으로 활용되던 계산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점원이 고객의 상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골라 입구 근처에 있는 중앙 계산대에서 일괄적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샘은 이 순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중앙 계산대 시스템은 점원이 직접 물건을 가져올 필요가 없으니 인건비가 절약된다. 또한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여유롭게 상품들을 둘러보고 한 번에 계산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라는 사실을 말이다. 샘은 이 ‘중앙 계산대’ 모델을 바로 벤치마킹해서 자신의 상점에 적용했다. 그리고 샘이 업그레이드 시킨 이 체계는 훗날, ‘월마트’의 성공 토대가 되었다.


미국 최대 할인마트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디어로 충만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한일의 태반은 다른 사람을 모방한 것이다.’


또한 그가 월마트의 성공 비결에 물어 온 기자에게


‘난 그저 남을 따라했을 뿐이네.’


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핵심 성공 전략이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경제학자 에드윈 맨스필드가 동료들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방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혁신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는 시간의 70%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은 화학, 처방 약품, 전자 및 기계 산업의 48개 제품 혁신 비용에 대해 연구했는데, 평균적으로 모방 기업은 혁신기업이 사용하는 비용의 65%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방 기업이 혁신기업보다 비용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모방전략이 비단 기업경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방은 기본적으로 우리 삶의 모든 효율적인 부분에 녹아들어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진행하다가 막다른 벽에 부딪히게 되면, ‘동종유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동종유추는 과학자가 진행하고 있는 실험과 비슷한 실험들을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수많은 연구자들, 대학원생들이 쓰는 논문은 어떤가. 논문을 쓰는 기본은 일단 자신이 정한 주제에 대해 선행연구(과거에 진행되었던 연구)를 참조하는 것이다. 심지어 제품을 개발을 할 때에는 사람이 아닌 것들을 모방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피오나 페어허스트는 새로운 수영복을 개발하기 위해,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모든 것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녀는 상어의 피부에 영감을 받아 ‘패스트 스킨’이라는 새로운 재질의 수영복을 만들었다. 수영복의 효과가 어땠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수영 선수들 중 83%는 패스트스킨 수영복을 착용했다. 결국 이 수영복은 너무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올림픽 착용이 금지되었다.


과학자, 연구자, 디자이너들은 대표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창조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말했으며,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에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은 0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나 벤치마킹은 훌륭한 결과만을 낳을까? 그렇지는 않다.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이 많았다. 불황에 빠져있던 다른 유통업체들에 비해, 이세탄 백화점은 홀로 승승장구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타큐 백화점은 이세탄의 사장 출신인 가케이와 주요 임직원들을 과감히 스카웃하며 이세탄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이를 시작한지 4년 만에 이세탄 출신 임직원들이 모두 사표를 내며, 벤치마킹은 커다란 실패로 끝났다. 이런 일은 벤치마킹을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실패에는 종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결국 핵심은 ‘벤치마킹 포인트와 내가 하는 사업의 접합점을 잘 못 이해한 것’ 이다. 이세탄 백화점은 입지 여건이 열악하고 자본이 넉넉하지 못해 모든 임직원들이 악바리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백화점이 망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제품 진열부터 서비스까지 완벽함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애썼다. 또한 ‘머천다이징 노트’를 개발하며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에 따라 이세탄 백화점은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백화점’으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핵심은 직원들의 마인드였음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킹을 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 진열이 잘 되어있는 모습’등의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모방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철밥통 문화로 유명한 오타큐 백화점의 직원들은 아무리 경영진이 바뀌고 ‘머천다이징 노트’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렇게 까지 열심히 할 마음이 없었다. 이처럼 벤치마킹 포인트를 자신의 사업체에 맞게 변형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하려고만 하면 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우수한 기업들의 사례를 우리의 사업체에 적절히 융화시킬 수 있을까?


독일 킬 대학교 교수들의 연구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대부분이 교수들로 이루어진 이 연구팀은, 독일 중견 기술회사의 주요 의사결정들을 평가했다. 이 회사는 18개월 동안 83건의 주요 사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했다. 의사결정들 중 약 40퍼센트는 가부결정(찬반결정)이었으며, 약 55퍼센트는 양자 선택, 이외의 5퍼센트는 3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경영진과 함께 오랜 토론을 거쳐 83개의 의사결정을 성과에 따라 나누었다. ‘매우 훌륭함’, ‘양호함’, ‘형편없음’의 세 가지로 말이다.


이렇게 모든 의사결정들을 평가한 뒤, 연구팀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부 결정에서 ‘매우 훌륭함’을 받은 평가는 6%에 불과했던 반면, 2개 이상의 대안을 갖고 의사결정을 한 사례들에서는 무려 40%가 ‘매우 훌륭함’ 평가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단순히 선택 안을 늘리는 것만으로 훨씬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벤치마킹을 할 때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최대한 다양한 곳을 경험하고, 그 중 나의 사업에 모방하기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나갈 것’


물론 통찰력이 있는 사업가들은 벤치마킹을 할 때 ‘저런 좋은 점은, 이렇게 변형해서 우리 조직에도 적용해봐야겠다.’라는 판단이 정확히 선다. 하지만 이런 사업가들은 이미 수없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들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벤치마킹도 효과가 있고, 새로운 것도 창조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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