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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Mar 12. 2018

고객이 나를 존중하게 하는 방법은?


1979년, 심리학자였던 찰스 로드, 리 로스, 마크 레퍼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48명의 학생들을 실험 참가자로 선정했는데, 그 중 절반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두 집단은 모두 연구 내용이 자신들의 관점과 동일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연구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연구 결과는 사형의 범죄 억제력 효과를 지지하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의 연구 결과는 사형의 범죄 억제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두 연구의 연구방법과 과정들을 평가하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점과 동일한 결과를 낸 연구는 올바른 방법으로 구성되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자신의 관점과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연구는 방법부터 잘못되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이런 실험 결과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반대되는 행동이나 말을 접하면, 막연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자신의 입장과 동일한 가치관이나 생각을 접하면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그 의견 자체를 높게 평가한다. ‘확증 편향’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실험 대상자들이 평범한 학생이 아닌 객관적인 눈을 가져야 하는 전문가라고 해도 말이다.



심리학자 마이클 마호니는 행동주의 심리학자 7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마호니의 실험방식은 간단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인 논문 하나를 읽고 그 논문에 대한 평가를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논문은 아이들이 나무퍼즐 놀이와 책읽기를 할 때, 보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흥미 정도가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그 논문의 결론이 ‘보상은 아이들의 흥미를 지속시킨다.’ 이길 바랄 것이다. 그 반대라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관과 이견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학자로써, 양심에 따라 논문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다.


마호니는 주제와 실험방법 등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데이터를 약간 바꿔서 실험 결과를 다르게 조작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을 지지하는 결과를 낸 논문을 1그룹에게 보내고, 행동주의 심리학에 반대하는 결과를 낸 논문을 2그룹에게 보여주었다. 마호니는 학자들에게 45일 안에 논문의 퀄리티와 학술지 게재 여부를 평가하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과연 전문가들은 이 논문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내놓았을까? 연구진은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논문 평가를 본 뒤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도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분명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포함한 동일한 논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객관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의견과 동일한 결과를 낸 논문을 높게 평가하며 학술지 게재에 동의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논문은 연구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했으며, 학술지에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확증 편향은 일반인, 전문가 등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넓게 퍼져있는 현상이다. 특히 확증편향이 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말은 들으려 조차 하지 않으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자체를 무시하고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가치관과 상반되는 논문을 봤을 때 논문의 질 자체를 낮게 평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의 확증편향 영향을 받는다면, 좋은 방향으로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어떤 사람도 질이 낮은 사람과 거래를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유명한 경영심리학자인 니콜 립킨은 확증 편향에 의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려놓길 거부하는 사람들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사장은 왜 밤에 잠 못드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상대가 하려는 말을 성급히 가로채지 않을 정도로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과 배려를 보이는 사람을 존경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상대방이 180도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의 관점에 대해 맞장구도 쳐주고 칭찬도 자주 한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사려 깊고 수용적인 접근을 하게 되면 자존심을 상하거나 존경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하고 생산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칭찬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말을 하며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때로는 가만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적극적인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경청’은 사람들의 존중을 받기 위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미국의 경제 전문 웹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상대방의 존중받는 7가지 방법’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첫 번째 내용을 보자.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잘 들어주어라.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 얘길 들어주는 상대와 사회적 유대감을 갖기 쉽다. 때문에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자기 자랑이 지나친 사람의 말은 들어주기 어렵지만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그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열심히 토해내고 있는 상대방을 보면, 하나하나 반박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상대방의 존중을 받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확증 편향’을 가진 고객의 말에 섣불리 반대의견을 펼치며


‘저는 전문가입니다. 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 못 되었는지 알려드리죠.’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고객이 만약 당신의 완벽한 논리에 굴복당하더라도,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서 당신에게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고객의 말에 진심으로 경청을 해주는 사람은 신뢰와 존중을 얻을 수 있다. 누구라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전문성과 탁월한 논리는 그 후에 펼쳐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래의 데일 카네기의 사례는, 경청이 말을 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준다.  



어느 날, 카네기는 뉴욕의 한 출판사가 주최한 만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는 우연히 갔던 만찬회에서 꽤 유명한 식물학자를 만나게 되었다. 카네기는 만찬회에 초대받아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무려 몇 시간 동안 식물학자하고만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카네기는 그의 말만 집중해서 들으며,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식물학자는 자신이 하고 있는 품종 개발실험에 대한 내용과 실내 정원 등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카네기는 간혹 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실내 정원에 대해 몇 가지를 질문하며, 식물학자의 대답을 듣고만 했다.


어느새 자정이 되고, 손님들은 다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식물학자는 집에 돌아가기 전 만찬회의 주인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주 내용은 카네기에 대한 칭찬이었다. 여러 가지 칭찬 중 가장 재미있는 평가는 ‘가장 재미있는 대화가’라는 것이다. 이 평가는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몇 시간동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식물학자의 말을 듣기만 했던 카네기에 대한 평가가 ‘가장 재미있는 대화가’라니 말이다. 그는 저서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이 사례를 들며 말했다.


‘가장 재미있는 대화가라고?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제를 바꾸지 않고는 말을 하고 싶어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펭귄의 구조에 관해서 만큼이나 식물학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한 가지만 했다.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것이다. 진심으로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들었던 것이며 식물학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연히 그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진심으로 경청하는 태도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이다.’


상대방에게 존중을 받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진심어린 경청’이다. 마지막으로 카네기의 말을 다시 한 번 명심하라.


‘진심으로 경청하는 태도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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