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로 시작해 무섭게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들이 있다. “당근이세요?”라는 새로운 인사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거센 열풍을 몰고 온 당근마켓도 그중 하나다.
당근마켓은 최근 1800억 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유치 때 인정된 기업 가치는 자그마치 3조 원이다. 무려 신세계의 시가총액(2.7조 원)보다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당근마켓은 이번 투자로 직방, 컬리 등에 이어 열여섯 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5위로 누적 가입자 수 20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어떻게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사내 게시판에서 시작한 당근마켓…‘육아맘’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다
당근마켓의 첫 아이디어는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서 출발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사내 게시판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을 보고,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만들었다. 초창기 판교장터는 회사 이메일 인증이 가능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자 ‘남편이 판교에서 근무를 하는데, 나도 앱으로 직거래를 하고 싶다’는 30~40대 주부의 요청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그때 김용현 대표는 직장인보다 육아를 하는 주부들이 중고거래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깨닫고 타깃을 지역주민으로 바꾸게 된다. 이후 판교장터는 1000명, 2000명씩 이용자가 늘어나며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김용현 공동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근무했던 김재현 공동대표와 함께 자본금 5억 원을 가지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네 사람들끼리의 거래, 당근마켓의 신뢰도를 높이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반경 6km 내의 사람들끼리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두 공동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대 반경 6km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전국을 6500개의 구역으로 잘게 나누었다. 당근마켓은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닌 같은 동네 사람들을 연결하는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점으로 잡았다.
동네 사람들끼리만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당근마켓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거래를 하는 것은 마치 사용자로 하여금 이웃과 거래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이에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당근마켓을 정직한 브랜드로 인식하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중고거래를 할 수 있었다.
기존 중고거래가 사기 등으로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에서 하면 돼”라는 한 마디로 무장해제 시킨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의 매너온도를 공개해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 앱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코로나로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되고 직장, 학교, 회사 등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이 늘어났다. 반대로 당근마켓은 동네에서의 거래를 제안하며 대면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당근마켓은 근처에 있는 사용자들끼리만 거래가 가능하기에 직거래가 쉽게 가능하다. 직거래를 하면 사기 등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거래가 이뤄진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문판매업자나, 가짜 상품 등을 걸러내기도 한다.
경쟁사는 맘카페? 보다 편리한 사용법으로 경쟁력 갖춰
당근마켓은 흔히 자신들의 경쟁사가 ‘맘카페’라고 말하기도 한다. ‘동탄맘’, ‘수원맘’ 등 지역 기반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에 당근마켓은 간편한 사용법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전화번호 기반의 손쉬운 가입으로 고령자나 디지털 약자들도 모두 이용 가능하도록 장벽을 대폭 낮췄다. 맘카페의 가입과 카페 이용 등 절차가 복잡한 것에 반해 이용 절차가 간편한 당근마켓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중고거래에 커뮤니티를 더하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어플을 넘어 동네 커뮤니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탭을 들어가 보면 ‘우리동네질문’, ‘동네맛집’, ‘동네소식’, ‘해주세요’, ‘같이해요’ 등 동네 소식을 주고받거나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여러 카테고리가 마련되어 있다. 동네생활 탭에는 분실물이나 반려동물을 찾는 글, 맛집을 추천 받는 글, 고기를 같이 먹자는 글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코로나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번화가보다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낮고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로컬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당근마켓은 사라져가던 ‘이웃’과 ‘동네’의 개념을 다시 부활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히려 친밀한 교류에 목말라진 심리를 당근마켓은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이웃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사용자들은 당근마켓에서 동네에 사는 이웃들을 실제로 만나는 새로운 재미도 또한 경험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가 어느 한 연령층에 치우쳐지지 않고 전 세대가 모두 고루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에게 바이럴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타며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까지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지난 7월 기준 당근마켓을 이용한 55~64세 비율(약 12%)은 전년 동기 대비 배로 늘었다. 친환경과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젊은 층도 많아지면서 당근마켓의 주간 이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당근’이라는 이름처럼 귀엽고 친숙한 마케팅
당근마켓은 지난해 12월 당근마켓의 상징색인 주황색과 토끼 캐릭터, 그리고 ‘당근이세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장바구니를 굿즈로 출시했다. 해당 장바구니를 가지고 있으면 중고거래 시 서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벤트성 상품으로 선보였는데 큰 화제를 몰아 정식 판매로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올리브영과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근거리 생활권)’을 콘셉트로 콜라보를 통해 ‘동네 산책 굿즈’ 슬리퍼와 가방 또한 선보인 바 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당근마켓은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굿즈 제작을 위한 ‘당근 굿즈 오디션’을 개최해 아이디어 공모부터 선정까지 모든 과정이 이용자 참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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