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광고 중독
약 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만난 브랜드 대표들은 대부분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한 화장품 브랜드의 D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상하기 이전, 단단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데에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그리고 당시 그의 눈빛은 마치 세상을 바꿀 것만 같았다. 그러한 믿음에 따라 그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고 고객들의 마음속에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렵, 그는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방법을 페이스북 프로모션 광고에서 찾았다.
제품의 기능성을 Before/After로 보여주는 광고를 게재하자 바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하루 100만 원의 광고비를 사용하면 그의 6배가 넘는 매출을 가져다주었다. 광고효율이 빈약해질 때면 더욱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소재의 광고로 수익을 냈다.
당시 페이스북은 유튜브 대중화 이전 국내에서 영상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는 플랫폼이었고 광고 경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그는 ‘브랜드의 대표’보다는 광고로 제품을 잘 파는 ‘판매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후 그는 퍼포먼스 광고(검색광고, DA, GFA)를 통해 15개가 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를 양산해 나갔고 그 덕분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그에게는 지금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 않다. 경기가 악화되고 경쟁자들이 늘어날수록 점차 광고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효율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광고를 중단하면 유입되는 신규 소비자가 없어 매출이 바닥을 쳤다. 직원은 100명이 넘는 회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인재가 없었다. 회사에는 자극적인 광고 제작을 위한 퍼포먼스 마케터들과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었고 브랜드 매니저들조차도 브랜드의 방향보다는 광고, 상세페이지를 기획하는 일에 몰두하기만 한 결과였다. 이윽고 회사의 현금흐름이 끊기자 그들이 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결국 D 대표는 한때 고 매출을 내던 브랜드의 절반 이상을 폐업처리하였고 여전히 광고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브랜드에게 광고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단기간에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큰 매출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 중에서도 프로모션 광고는 대단히 일시적이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가격으로 유입된 소비자는 언제든 더 좋은 선택지의 제품으로 옮겨간다. 즉, 충성고객을 만들지 못한다. 적어도 브랜드라면 소비자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대감을 정확히 어필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여정에 실천으로 드러나야만 한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니면 어떠한 감정이나 경험이 떠오르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가?
글쓴이: Haus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