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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주 Dec 14. 2023

어른은 더 행복해?

신성한 시선

소파에 불편하게 걸터앉아서 - 상상력이란 원래 바른 자세보다는 불량하고 정형적이지 않을 때 모습을 드러낸다고 여기기에, 지적을 할까 하려다 참았다.-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불쑥 물었다.

엄마, 어른은 더 행복해?


나는 가사노동의 현장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던 찰나에 질문을 받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생각을 거르지 않고 대답했다면,

아니, 어른은 행복할 틈이 없어. 엄마를 봐. 행복해 보여?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잠시 머뭇거리는 정적이 흘렀다. 정지화면이 아니라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생각을 했다. 마치 물 위를 헤엄치기 위해 물갈퀴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오리처럼.

1단계.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지?

2단계. 가치 있는 의미로 포장해서 대답해야 하나?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답을 해 줄까?


거름망으로 걸러내 듯 적절하고 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우리 딸,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된 거지?” - ‘일단 시간을 벌어보자.’

아이들이 더 행복할지? 어른이 더 행복할지? 궁금해서.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몰라서.


그렇지,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비교대상이 아이들과 어른이다.

“넌? 행복해? 지금은 아이니까 안다는 거잖아.” 내가 물었다.

“나는 행복하지!! 어른은? “

“엄마는… …?”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나의 머릿속은 시간여행을 떠났다. 어린 나를 만나러 순간이동을 하면서 거센 파도에 속절없이 어린 날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어린 나는 딱히 행복하다는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 날의 나는 그 감정의 구체화를 몰라서, 불행을 감지하는 능력이 부족했기에 그게 불행인지 행복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하니 그 감정은 불안이었고, 불행에 더 가깝다고 느꼈던 것 같다. 고성이 오가던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 풍족하지 못해 맞벌이를 해야만 했던 부모의 부재는 늘 존재했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와 부딪히며 해결해야 했던 조마조마한 순간들의 감정이 남아있다. 그 감정을 끄집어내었더니 지금 이 순간이 순식간에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말했다. “엄마가 어른이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도 끄집어내어야 행복한 것 같아. 네가 행복하다고 하니 나도 행복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꺼내서 보니 지금 행복하네. 어른이라서 아이라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행복도 노력하고 생각해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마다 너무 달라 행복의 시기도 모습도.”

아이는 아주 애매모호한 목소리로, “음~~~, 아~~~~.”라고 대답하고는 그림을 마저 몰입하여 그렸다.


그날 이후, 타로 강의가 있는 날이면 질문을 던지다.

“선생님들은 언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이였을 때? 아니면 지금”

그러면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어렸을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 혹은 ”지금이요. “ 묻지 않아도 강의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어린 날들이 어떠했을지? 지금이 왜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타로 카드에 운명의 수레바퀴(메이저 아르카나 10번)라는 명칭의 카드가 있다. 윤회사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인생이라는 바퀴가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스치지 않고 쉼 없이 굴러간다는 의미가 담긴 카드다. 어린 날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에게도 삶은 좋을 때와 나쁠 때를 경험하게 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 이에게는 불행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좋은 날도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매일매일 굴러가기에….


때론, 아이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삶을 관찰하는 시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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