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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주 Dec 04. 2023

부동산 투어는 처음이라 2.

부동산 퀘스트 레벨 업

첫 번째 부동산 방문으로 공간유목민 S와 나는 경험치를 얻었다.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우리의 니즈에 맞는 공간을 획득해야 하는 미션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 레벨을 넘기지 못하면 가장 큰 우리의 무기이자 아이템인 간절함과 열정이 소실될 것이 자명하다.


비장한 마음으로 S를 만났다. 도서관과 문화센터 인근으로 형성된 빌라 지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의외로 최근에 지어 깨끗한 건물도 많고, 중심상가와는 거리가 있어 인적도 드물고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다. 일단,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우리와 느낌이 맞는지? 우리가 생각하던 그 장소가 맞는지? 구미가 당기는 곳이 있는지? 탐색전을 펼쳤다. 부동산이 두세 군데 있었고, 이제 막 입주를 위한 새 건물들이 줄지어 지어져 있었다. 큰 길가에 문을 열어 둔 부동산이 있어 들어갔는데 주인이 없었다. 부동산과 바로 옆 카페의 통로처럼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어 문의를 해 보았다. 카페 주인이 부동산을 같이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건물주이면서 부동산과 카페를 운영하고 계셨던 것이다. 내적 부러움이 요동치는 순간이었다. ^^;;


부동산은 입구에 들어섰을 때 의지가 없어 보이는 듯한 강한 인상을 주었고, 주로 카페에 올인을 하고 계신 듯 보였다. 원룸을 구한다고 문의를 하니, 여기 인근에는 물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분명 동네를 훑어 보았을 때, 아직 입주 전인 새 건물이 많았는데 어찌 없냐고 물었다. 예전에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노동력이 투입되면 큰 평수의 집을 구해 여러 명이 셰어를 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나 홀로 라이프를 선호하기 때문에 작더라도 원룸을 구해 준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원룸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소장이면서, 건물주이면서, 카페 사장님은 갑자기 원룸을 얻는 가격으로 부동산을 함께 셰어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1층이고, 본인은 거의 카페에 상주해 있고, 계약이 있을 때만 부동산을 쓰신다는 것이다. 부동산 안에 우리들의 공간이 있다는 상상을 잠시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가 절레절레했다. 어쨌든 그 인근은 전혀 구할 만한 곳이 없다는 정보를 획득하고 나왔다.


발길을 옮겨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이트를 보러 나섰다. 초등학교가 인근해 있고, 아파트가 길 건너에 있는 빌라들을 둘러보았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원룸은 씨가 말랐고, 교습소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거나 규모가 좀 컸다. 결국 우리가 찾고자 하는 아담하고 따뜻한 공간은 없었다.


체력 회복 없이 퀘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우리는 ‘추어탕’을 먹으며 원기회복을 우선 하러 갔다. 역시 밥이 들어가니 생각이 살아나고, 실망감이 다시 설렘으로 충전되었다. S가 다음 날은 지인의 언니가 예전에 했었던 부동산으로 한 번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보통 가게 오픈 시간이 오전 10:00이니 그때만나 다녀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부동산 투어를 다닌 4번째 날이 되었다. S와 가기로 한 부동산에 갔는데, 부동산이 두 군데 있긴 했으나 원래 가려던 곳은 텅 비어 있었다. 매매 문의를 하라는 타 부동산의 연락처가 붙어 있었다. 혹시나 그곳으로 이전을 했나? 의문을 가지고 길 건너 새로 오픈한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을 바꿔 새로 오픈을 했나?라는 의구심으로 길을 건넜다. 부산동 이름이 [공간]이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내내 노래부르 듯 우리가 머물 ”공간은 어디“라며 돌아다녔더니 부동산 이름마저 공간이 아닌가? 아뿔싸, 아직 오픈 전이었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공간을 탐색하듯 둘이서 얼굴을 유리문에 붙이고 안을 유심히 훑어 보았다.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아서였는지? 갈 길을 잃은 것인지? 유리에 얼굴을 박고 있는데, 누군가 밝은 목소리로 출근을 했다. 숨을 헐떡이며 가게 문을 열었다.


직접 부동산을 운영하는 소장은 아니나, 직원이라고 하였다. 그녀가 바삐 가게 문을 열어 전등을 켜고, 컴퓨터를 부팅하는 사이 S와 나는 무심히 앉아 커피 맛 사탕을 하나씩 까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별 기대는 하지 않는 듯, 한편으로는 무심한 듯,


 “원룸을 구합니다. 둘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책모임도 하고, 낮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 하 듯 작은 공간을 마련해 놓고 둘이서 놀이터 삼을 공간을 구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제는 라임을 맞춰 읊조리는 래퍼같이 막힘없이 공간을 구하는 목적을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녀는 “한 군데… 나온 곳이 있었는데…. 카페거리에 3층이었는데….” 컴퓨터 화면이 빨리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며 말을 이었다. 이틀 전에 나왔는데, 이미 이사를 나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보여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순간 중력의 이끌림이 느껴졌다. 기대 없이 굴려대던 사탕의 단 맛이 갑자기 확~느껴졌다. 그녀를 뒤따라 이동하며 S와 나는 사뭇 진지해졌다. 카페거리는 하천을 따라 모던한 카페가 즐비해 있고, 맛집으로 유명한 몇몇의 음식 가게들이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산책로이며, 집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가까운 거리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S와 나도 한두 번 왔었던 맛집이 1층에 있었고, 2층과 3층은 원룸과 투룸으로 이루어진 상가건물이었다. 3층을 올라가는 계단에는 큰 화분이 싱그럽게 놓여 있었다. 주인이 상주하는 건물로, 관리가 잘 된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옆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개방감이 있어 좋았다. 그동안 다녔던 원룸의 갑갑함이 한 방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3층에는 주인이 거주하는 집과 우리가 둘러보려는 원룸이 있었다.


원룸의 문이 열렸다. 6평 남짓한 공간은 그야말로 딱 원룸이었다. 원룸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방은 작은 방 한편과 작은 부엌 한편으로 나뉘어 있어 긴 책상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우리로서는 딱 원하던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거실이라고 해야 하나? 방이라고 해야 하나? 그곳에 부엌이 개방되어 있는 구조였다. 벽에 작은 벽걸이 TV는 자리 공간을 피해 벽에 붙어져 있었고, 싱크대와 냉장고, 에어컨이 구비된 아담한 공간이었다. 작은 문이 하나 있어 열어보니 보일러실로 세탁기가 놓여 있었다. 어쨌든, 주거의 목적이 아니니만큼 우리가 찾던 공간과 아주 흡사했다. 무엇보다 작은 방에 비해 큰 창문과 하늘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은 선물처럼 와닿았다.


우리는 드디어 부동산 퀘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직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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