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죄목은?
이 남자와 한 집에 산 세월이 햇수로 14년 차이다. 연애기간 9년을 합치니, 그와 나의 인생 절반을 함께 했다.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웬만해선 안 하려는 노력쯤은 할 줄 아는 것 같기는 하다.
재차 나는 그에게 말한다.
“서로 잘하는 거 합시다.!”
그가 자꾸 잊어먹고 경계를 넘으려고 하니, 상기시켜주며 살고 있다.
공개수업 주간이라, 아이 학교에 참관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전 날 당직을 서고,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퇴근을 했다.
만나자 말자 배고프다고 칭얼댔다. 오랜만에 양껏 꾸미고 학교에 다녀온 나로선 바로 브런치를 먹으러 가야 할 무드였는데…..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남편과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은 치과에서 치료확인서를 발급받아 왔으니, 보험 청구를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왔다. 일단, 스캔을 좀 떠 놓으라고 일렀다. 프린터기 앞에서 남편은 스캔을 뜨기도 전에 한 마디를 했다.
“너는 여기 먼지는 안 닦지? 넌 꼭, 먼지 닦을 줄을 모르더라. “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다 일시정지를 했다.
“내 눈에 보이면 했겠지, 네 눈에 보이면 당신이 하세요. 당신은 네가 원하는 완벽한 아내를 꿈꾸는 거야. 세상에 그런 아내는 없어. 꿈깨~. 내가 먼지까지 잘 닦으면 그게 이상한 거야. “
나와 딸은 그를 “빨래 요정”이라 부른다. 아무리 늦어도 그는 그날 입은 옷과, 그날 사용한 타월은 반드시 빨고 취침모드에 들어간다. 워낙 청결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에 무릎을 꿇어 아직도 걸레질을 하는 사람이다. 가족과 청결에 그의 생을 받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 집을 치운다. 단, 책은 양보할 수 없어 책탑은 그도 포기한 부분이다.
조율을 하고 살지만, 때때로 그의 욕망은 그의 자제력을 잃고 심판자가 된다. 마치, 당신의 죄목은 “먼지를 닦지 않는 죄”라고. 나는 억울한 죄를 뒤집어 씐 듯 변론을 한다. 이런 상황은 매일 사소한 곳에서 발견되기 일쑤다.
집 안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그로서는 이렇게 잘 도와주는 남편이 있을까?라고 묻는다. 집 안 일을 누가? 나 혼자 도맡아 하기로 한 적이 있었나? 그럼 나도 도와주는 거네. 근데 누굴 위해 도와주는 거지? 우린 그냥 하는 거야!! 제발 언제까지 그 도와주는 콘셉트 안 버릴 건데?
나는 너의 그 청결모드에 맞춰 사느라 엄청 바빠. 난 널 위해 너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거야.! 체력이 저질이라, 식사 준비하는 거, 빨래 정리하는 거, 청소기 돌리는 거 정도하고 나면 방전되기 일쑤고, 뭐 집에만 있니? 오후 되면 아이 픽드롭 다니지, 고작 오전 시간 오롯이 내 시간 확보해 보려는 건데 그 귀중한 시간을 청소에 올인하고 살고 싶겠니?
그도 알고, 나도 안다.
서로 잘하는 거 인정해 주고, 못 하는 거 못 본 척하자고.
그럼에도 오늘처럼 입 밖으로 실수처럼 튀어나온 말 뒤에 나의 폭주하는 말을 그대로 끌어안아 아무 대꾸하지 않은 너는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