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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올 Nov 05. 2024

그때와는 판이 뒤집혔다

류승완 감독, 영화 <베테랑2>

 전작은 다시 봐도 장면 장면이 명장면이고 영화 전체를 봐도 명작이다. 전작과 달리 베테랑2가 어떤 장면 하나 감탄할만한 것 없고 영화가 밋밋한데 아쉬운 일이다. 전작의 그늘에 가려진 탓도 있겠지만, 이 영화 하나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딱히 탐탁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무얼까?

(아래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과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됨)


 1) 먼저, 내용 면에서 전혀 통쾌하지 않다.  사람은 여러 상황에서 통쾌함을 느끼는데, 대변 소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죄 지은 악당이 마땅한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때에도 그렇다. 이 권선징악이라는 모티브가 시대를 막론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베테랑2를 보고 있노라면,  권선징악을 표방하기는 하나 그것을 제대로 좇고 있지는 못하는 듯하다.


 가장 큰 원인은 영화가 관객이 공감할만한 악인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주 비교될 베테랑1의 혼쭐난 그놈은 하청업체 직원을 폭행 사주하고, 경찰을 살해 시도하는 잔인무도한 마약사범이었다. 이외에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의 통쾌한 내러티브 속 놀부나 팥쥐 같은 악인들은 대놓고 나쁜 놈들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못했다.


(좌) 베테랑1의 악역, (우) 베테랑2의 악역


 이 영화는 해치라는 인물을 악인으로 설정하였는데, 해치는 진실로 악인인가? 그러기엔 영화가 제시하는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그 이유로 해치는 흉악범 등에게 사적 복수를 하는데, 일반 대중은 이러한 사적 복수하는 개인을 그다지 미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흉악범에 대한 재판이나 출소와 관련된 기사에 대중들의 반응만 봐도, 사람들은 법제도보다는 차라리 사적 복수를 통한 징악을 원한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 드라마 <비질란테> 등 자경단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통쾌한 소재가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법제도가 하지 못한, 흉악범을 처단하는 자경단인 해치를 벌한다? 글쎄, 통쾌하기 쉽지 않다.


폭행 등으로 법을 위반한 외국인 소말리에 대해 경찰 등이 수사 및 제재하지 않자 사적 제재로 나선 시민들


 영화도 그것을 아는지 억지로라도 악인을 만들어보려 하는데, 이 또한 변변치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멋쩍고 소심한 노력은, 주인공인 서도철(황정민이 연기한)이 "사람을 죽이는 건 다 나쁜 짓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하기 바로 30분 전까지만 해도 서도철은 자경단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산부 폭행 가해자인 전석우(정만식이 연기한)를 해치로부터 보호하면서 이런 놈은 뒈져도 싸다고 말하기도 하고, 하물며 전작의 서도철은 이미 본인 스스로 자경단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서도철의 팀장(오달수가 연기한)도 "사람 패고 싶어서 경찰 된 사람"으로 서도철을 평한 바가 있다.


 이러한 억지 정당화도 어쭙잖거니와, 우리가 영화관에 온 까닭은 다름 아닌 나쁜 놈을 처단하는 통쾌한 영화인 베테랑을 보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그 처단의 방법으로 해치의 방법은 틀리고 서도철의 방법은 맞는지를 정치하게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살인은 나빠"라고 떼쓰는 범죄자 폭행범 서도철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구든 나와서 통쾌 호쾌 상쾌 액션으로 나쁜 놈을 처단해 주길 바랄 뿐이다.


(좌) 베테랑2 전석우 출소 장면, (중) 영화<무도실무관> 강기중 출소 장면, (우) 드라마<비질란테> 정덕홍 출소 장면
실제 조두순 출소 장면


2) 다음으로 영화관에서 영사된 장면 하나하나가 식상했다. 그 이유는 진부하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로 장면과 서사를 채운 탓이다. 예를 들어 전석우 출소 장면은 조두순 출소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 이는 비질란테, 무도실무관 등 여러 매체에서도 자주 등장하여 지나친 기시감으로 다소 피로하였다. 더불어 해당 장면의 영감이 된 실존인물 조두순에 비하면 전석우의 극 중 범행은 과연 그 정도일까 하는 의문을 들어 장면 연출이 더욱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또한, 해치에 대한 온라인 댓글 반응 등을 화면에 띄워주는 CG처리나 유튜버, 아프리카 BJ가 방송하는 라이브 방송하는 장면을 여러 번, 꽤 오랜 시간 보여주었는데, 이는 드라마 <지옥>, 영화 <타겟> 등 수많은 드라마 및 영화에서 연출된 장면으로, 해당의 연출의 원래 목적이었을 실제 상황에 온 듯한 현장감이나 현실성을 영화에 부여한다기보다는 지속해서 과하게 노출되어 오히려 식상하였다. 영화라는 한정된 플레이타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장면을 아예 넣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줄이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좌) 베테랑2 정의부장 방송화면, (중) 영화 <타겟>의 자막 CG처리, (우) 드라마 <지옥>의 화살촉 방송화면


 또한, 영화는 임산부 폭행, 학교 폭력 등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서사의 줄기로 사용해 놓고서는, 주인공 가족의 라면 흡입 외에는 별다른 해소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본 영화의 주된 장르인 액션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도, 이러한 영화적 해결 없이 "살인은 나빠"라고 외치고서는 해치를 찾아다니는 서사만으로는 공감이나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지 못하였다. 물론 해치를 찾는 과정에서 액션이 있었지만, 자경단 잡겠다는 어설픈 서사에 공감을 일으킬 정도의 액션은 아니었다. 한편 전작에서는 무거운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소재 자체를 비트는 유머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최대웅(유해진이 연기한)이 서도철의 아내에게 뇌물을 건네는 장면에서 아내는 이것밖에 없냐며 오히려 최대웅에게 핀잔을 주는 장면 등으로 관객의 마음을 강약 중강약, 퀵퀵 슬로우로 잘도 들었다 놓은 반면에 본작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3) 마지막으로, 영화 딴에는 라뽀(rapo)를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배우들로 하여금 전작의 명대사를 여러 번 내뱉게 하는데, 대사가 사용된 상황이 딱히 그 명대사를 쓸만한 상황도 아니어서 오히려 부끄러웠다. 예를 들면, 전작에서 서도철은 경찰 살인 교사를 이유로 어려웠던 수사가 갑자기 수월해지면서 "판 뒤집혔어!"라는  내뱉었었다. 이를 본 작의 서도철이 다시 사용하였는데, 이전과 달리 서사도 이미 전혀 통쾌하지 않아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전작이 떠올라 본 작을 초라해 보였다. 이외에도 다른 전작의 명대사들도 대체로 그런 식으로 소비되어 안타까웠다. 이는 전작의 명대사를 다시 쓴 것 자체로 잘못이라기보다는, 힘 없이 휘청거리는 내러티브에 전작의 명대사들만 억지로 쌓은 결과였다.



 이제와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새로운 주제, 새로운 소재, 새로운 장면, 새로운 연출 등. 그러나 관객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것만이 아닌 "재미"이다. 새롭진 않더라도 혹시나 있을 그 재미를 위해 관객은 다시 영화관으로 간다. 그 재미는, 익숙하지만 잘 버무려진 기존의 것들로부터도 느낄 수 있으므로. 베테랑2는 우리에게  재미를 주었을까? 적어도 새로운 영화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있어서는 통쾌한 맛이 그 참 맛이라고 알려진 권선징악을 사용하면서도, 빈약한 내러티브와 식상한 장면 그리고 과도한 소재로 범벅하여 그 참 맛을 맛깔나게 살리지 못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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