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왕국에 간 토끼

by 하늘토끼


봄에는 꽃잎이 폴짝 날아다니고,

여름에는 풀잎이 발을 간질이고,

가을에는 도토리가 또르르 굴러다니는,

또 겨울에는 눈꽃송이가 하늘을 뒤덮는,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토끼가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토끼가 살던 나라는

겨울이 끝나지 않고 계속 되는,

'겨울 왕국'이 되었어요.


눈이 멈추지 않고 한가득 내렸고,

바람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우웅- 우웅-' 하고 불었어요.

하늘은 늘 어두워서 아침인지 밤인지 알 수 없었지요.


토끼는 겨울이 너무 싫었어요.

깜깜해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고,

차가운 바람이 귀를 콕콕 찔렀거든요.

게다가 겨울에는 옆 동네에서

무서운 호랑이가 내려온다는 소문도 들렸지요.

춥고, 어둡고, 무섭고,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었어요.


토끼는 봄이 올 때까지

집 안에서 꼼짝 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토끼굴 안에서 눈을 꼭 감고 시간을 보냈어요.


깡총이며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토끼가

몸을 움직이지 않다보니,

몸은 점점 말랑해지고,

문틈으로 바람이 조금만 들어와도

찌릿찌릿 해졌어요.

신선한 공기를 못 마시니

머리도 띵- 했구요.


그렇지만 토끼는 생각했어요.

'나는... 밖에 나갈 수 없어.

밖은 너무 어두워...'




토끼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곰동이, 당나귀군, 그리고 작은 쥐돌이.


친구들은 가끔씩 토끼네 집에 와서는

짧은 이야기들을 놓고 갔어요.


'뭐해? 밥 먹었어?

오늘은 기분 좀 어때?'


토끼는 친구들이 말을 걸면 잠깐씩 눈을 떴지만,

여전히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어요.

새해가 오면 토끼의 마음은 더 가라앉았어요.

왜 그런지는 잘 몰랐어요.

그냥, 그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어요.


'봄은 언제 오는거지?

봄이 오면... 그땐 밖에 나갈 수 있을텐데.

그땐... 나도 다시 뛸 수 있을텐데...'

하지만 봄은 오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곰동이가 놀러왔다가

토끼의 목도리를 두르고 나가버렸어요.

늘 추운 토끼는 목도리 없인 살 수 없어서,

깜짝 놀라 문을 열고 곰동이를 불렀어요.


"야, 곰동아! 내 목도리!"


그 순간,

토끼는 눈을 크게 떴어요.

창밖에 햇살이 비치고 있는 거예요.


겨울인데도, 해가 따뜻했어요.


'어... 겨울인데, 왜 해가 비치지?

생각보다 괜찮은데?'


토끼는 한 발, 두 발,

문 밖으로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어요.

그리고 크게 기지개를 켰어요.

쭉-


눈 위는 폭신폭신했고,

발 밑은 간질간질했어요.


토끼는 그제야 알았어요.


'봄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었나봐.

내가 먼저 나와야 했던거야.'


토끼는 힘을 내어 보았어요.


'깡총!'

눈 위로 한 번,


'깡총!'

또 한 번.




곰동이는 멀리서

토끼를 바라보고

활짝 웃고 있었어요.


토끼도 그제야 웃을 수 있었어요.


어느새 당나귀군도, 작은 쥐돌이씨도

토끼와 곰동이 주변으로 모여들었어요.


겨울 왕국 한 가운데서,

작은 웃음이 따뜻하게 퍼졌어요.



image.png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