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먹는 우체통 나무

by 하늘토끼

숲속 언덕 위,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커다란 느티나무가 하나 있었어요.

나무 몸통에는 주먹만한 동그란 구멍이 있었죠. 동물 친구들은 그곳을 '마음 우체통'이라 불렀습니다.


숲속 마을에 살고 있는 토끼는 늘 소심했어요.

서운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겨도,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요.

무거운 마음 주머니 때문에, 토끼의 발걸음은 늘 힘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려 엉엉 울던 너구리와

친구와 크게 싸워 씩씩거리던 곰동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언덕을 내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너구리야, 곰동아, 어떻게 된 일이야?" 하고 토끼가 묻자,

"마음 우체통에 다녀왔거든!" 하고 너구리와 곰동이가 대답했어요.


'그렇구나! 저 나무는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 분명해!'




토끼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적었습니다.

[사실 나는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늘 불안해.]


'툭-' 구멍 속으로 종이가 사라지자, 나무가 '사라락-' 잎새를 흔들며 응답했습니다.

화려한 빛도, 요술 가루도 없었습니다.

나무는 그저 고요히 토끼의 쪽지를 집어삼켰어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종이가 사라지자, 토끼의 묵직했던 마음 주머니가 깃털처럼 가뿐해졌거든요.


토끼가 고개를 들자, 가지 끝마다 반짝이는 '빨간 열매'들이 보였습니다.

동물 친구들의 아픈 마음이 하나하나 예쁜 빨간 열매가 된 것이죠.


"토끼야, 너도 가벼워졌구나?"





어느새 너구리와 곰동이가 다가왔습니다.


"사실 나도 그랬어." "괜찮아, 나도 그랬는걸."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열매들이 보석처럼 달랑달랑 빛납니다.

친구들은 이제 쪽지만 남기고 서둘러 떠나지 않아요.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서툴지만 솔직한 이야기들을 조잘조잘 꺼내 놓습니다.


우체통 나무는 오늘도 든든하게 서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답니다.



image.png AI로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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