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보슬보슬.
숲속 마을에 비가 내려요.
빗방울이 나뭇잎 위에서 통통통 춤을 춰요. 웅덩이 위에서 퐁당퐁당 노래도 불러요.
비가 오는 날이면, 숲속 친구들은 저마다 우산을 꺼내 들어요.
빨간 우산, 노란 우산, 하늘색 우산…
알록달록! 숲이 꽃밭처럼 환해져요.
하늘토끼가 분홍 우산을 번쩍 들고 폴짝폴짝 달려갔어요.
"덩키야! 무지개 보러 가자!"
삐그덕— 덩키네 집 문이 열렸어요.
덩키가 느릿느릿 나오면서 초록 우산을 쓰윽 꺼내 들었어요.
그때 하늘토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있잖아, 덩키야! 우리 우산 같이 쓰자! 더 재밌을 것 같아!"
덩키가 빙그레 웃었어요.
"그래, 좋아!"
덩키는 초록 우산을 다시 접어 가방에 쏙 넣었어요.
하늘토끼의 분홍 우산 아래로 나란히 쏙!
하나의 분홍 우산 아래, 둘이 나란히 출발했어요.
처음엔 사이좋게 걸었어요.
빗방울이 우산 위에서 두두두둑 두드렸어요.
젖은 풀냄새가 솔솔솔 풍겨왔어요.
하늘토끼는 콧노래를 흥얼흥얼.
덩키는 빗소리에 귀를 쫑긋쫑긋.
그런데!
성큼성큼 앞서 나간 하늘토끼 때문에 우산이 기우뚱하고,
덩키 머리 위로 빗방울이 또르르르 떨어졌어요.
"덩키야, 빨리빨리! 뛰어!"
그러자 덩키가 말했어요.
"하늘토끼야, 저 빗소리 들어봐! 두두두둑, 특별한 노래 같지 않아?"
하늘토끼는 "무슨 노래야! 무지개 사라지기 전에 가야 한다구!" 하고 말했고,
우산이 또 기우뚱!하면서, 이번엔 하늘토끼 귀 위로 빗방울이 툭툭툭 떨어졌어요.
"으앙, 비 맞았잖아!"
뾰로통. 하늘토끼가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그러자 덩키가 가방에서 초록 우산을 꺼냈어요.
스르륵— 펼치면서 조용히 말했어요.
"그냥… 각자 쓰자."
하늘토끼도 분홍 우산을 홱 고쳐 잡았어요.
각자 따로따로,
뚜벅뚜벅.
그런데 이상했어요.
혼자 걸으니까 빗소리가 왠지 쓸쓸하게 들려요.
하늘토끼 발걸음이 어쩐지 느려졌어요.
덩키도 자꾸만 하늘토끼 쪽을 힐끔힐끔.
그때, 처마 아래에 앉아 있던 곰동이가 뒤뚱뒤뚱 걸어나왔어요.
"있잖아."
곰동이가 조용조용 말했어요.
"아까 너희 둘이 같이 걸을 때 말이야—
총총총 빠른 발소리랑, 느릿느릿 느린 발소리가 섞이니까,
진짜 노래 같았어."
곰동이는 그 말만 툭 하고, 다시 처마 밑으로 뒤뚱뒤뚱 돌아갔답니다.
하늘토끼랑 덩키는 서로 바라봤어요. 그리고 나란히 발을 내려다봤어요.
총총총… 느릿느릿…
둘이 같이 걸어야만 들을 수 있는 노래예요.
"…같이 걸을까?"
하늘토끼가 귀를 살짝 눕히며 작게 말했어요.
덩키가 빙그레 웃었어요.
"그래! 근데 나 천천히 걸을 거야."
"…알아."
하늘토끼가 픽 웃으며 덩키 옆으로 사뿐 걸어갔어요.
덩키가 초록 우산을 다시 스르륵 접었어요.
그리고 분홍 우산 아래로 다시 나란히 쏙.
우산이 또 살짝 기우뚱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번엔 둘 다 그냥 깔깔깔 웃었으니까요.
언덕 위에 도착하자, 두둥!
무지개가 활짝 피어 있었어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하늘토끼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어요.
"덩키야! 무지개도 색깔이 다 달라야 예쁘다!"
덩키가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그러게. 꼭 우리처럼."
보슬보슬 빗속에서, 분홍 우산 아래 둘이 나란히 기우뚱기우뚱.
총총총, 느릿느릿. 총총총, 느릿느릿.
둘이 함께 걸어야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숲속에 울려 퍼졌어요.
(마음 처방전)
나와 다른 사람이 때론 불편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지요. 걷는 속도도, 말하는 방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어서요.
그런데 있잖아요. 무지개가 하나의 색으로만 이루어졌다면, 우리가 저토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까요?
빠른 발소리와 느린 발소리가 섞여야 비로소 노래가 되는 것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어서 비로소 완성되는 하루가 있어요.
기우뚱한 우산 아래, 오늘도 함께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