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이례 Aug 03. 2021

눈뜨고 코베이는 시대, 더 이상 속지 말자!

#소비자알권리 #내돈내산 #뒷광고

옛날엔 한 편의 드라마를 볼 때 텔레비전 CF만 참으면 마음 놓고 끊김 없는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드라마 중간에 삽입된 거슬리는 광고 타임마저 당연시됐다. 경선 프로그램을 볼 때는 더 ‘열불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중요한 1위 발표 전에 진행자가 외치는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멘트이다. 이처럼 티브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가끔은 너무 노골적인 광고들에 눈살을 찌푸린 기억이 너도 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중 작년에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다. 바로 참PD라는 유튜버가 폭로한 유튜브 뒷광고에 관한 논란인데 다수의 유명 유튜버들이 PPL 업체들을 통해 금전적 대가를 받고 고의적으로 팬들과 소비자들을 우롱한 사실을 알린 것이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고 마치 자기가 직접 산 것처럼 행동하면서 광고비를 제공받은 제품을 홍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새까만 화면에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만 덩그러니 떠 있는 썸네일이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90도로 인사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영상들이 우후죽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동안 참회(?) 하기 위해 방송을 쉬는 유튜버들도 굉장히 많았다. 한혜연이나 강민경과 같은 유명인들도 논란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들 역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내돈내산’인 척 상업적으로 제품을 광고한 것이 드러나 많은 팬들의 야유를 샀고 말 그대로 양심이나 윤리보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유명 연예인 뒷광고 논란


이런 뒷광고 사태가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는 나로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이에 대해 브런치에도   다루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도중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소비자 8대권리'라는 것이 정식으로 법률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8가지 권리를 차례로 읽으면서 내게 당연시 주어진 권리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살았구나 하고 반성도 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덟 가지 권리를 상기해봄으로써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본인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희미해진 소비자 권익을 되찾을  있길 바란다.


그 역사는 1960년대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한 소비자의 4대권리로 거슬러 올라가, 1975년에는 OECD, 그리고 80년대에는 IOCU에서 7대권리를 선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 기본법에는 아래와 같이 8대권리가 있다.  


1. 안전할 권리 : 물품이나 서비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2.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알권리) : 물품 및 서비스를 선택할 때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받은 권리


3. 선택할 권리 : 거래 상대방이나 장소, 가격, 조건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  


4.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정책이나 사업자의 활동에 대해 의사를 반영시킬 권리


5. 보상받을 권리 : 물품이나 서비스 사용으로 인해 받은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은 권리  


6. 교육받을 권리 :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  


7. 단체 조직 및 활동할 권리 :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  


8.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 :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우리 돈이례님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 같은 8번째 권리이다. 번외로 한 마디 하자면 나 역시도 이 마지막 권리를 보고 지구의 환경과 이를 물려받을 후손에 대한 스스로의 무관심에 대해 자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몇 가지만 살펴보자!

@ 화장품 유통기한이 제대로 표기가 안되어 있거나 성분 표시가 읽을 수도 없게 깨알같이 적혀있을 때? 안전할 권리알 권리를 모두 침해한 것이다!

@ 한국은 놀랍게도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이처럼 식품에 대한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우리의 선택할 권리알 권리가 침해된 케이스다.

@ 소비자 단체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부 시책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정부에 건의하는 것은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그리고 단체 조직 및 활동할 권리(첫 번째 케이스)에 해당한다.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어 논란이 된 라돈 침대 사건, 그리고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를 확산시킨 가습기 살균제와 생리대 사건이 대표적인 실제 예이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아 검사한 결과 국내 생리대 브랜드 11개 모두에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사건이었다. 수많은 소비자 권리 박탈 케이스가 있었지만 아직도 소비자를 위한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 소비자 권익의 실태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했던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요즘 세대들이 초록창보다 더 검색으로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 광고에는 어떤 법적 제재가 있었으며 2020년 논란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을까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정말 기가 차도록 실망스러웠던 사실은 실제로 당시 뒷광고를 한 유튜버들에게는 사기죄나 표시광고법 둘 다 적용이 안되고 사업자만 처벌 대상이었다고 한다. 첫째로, 속여서 판매한 물건의 수익이 사업자에게 가기 때문에 사기죄 적용이 어렵고 둘째로, 아래 표시광고법 역시 유튜버가 아닌 광고주 혹은 사업자를 규제하기에 그쳐 인플루언서는 처벌하기가 힘든 것이다.


표시광고법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

1.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2. 기만적인 표시/광고

3.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4. 비방적인 표시/광고


그래서 어떤 처벌이 이루어졌을까? 치과, 성형외과, 정보기술, 건강, 미용, 가전 회사 등 다양한 회사에서 뒷광고를 했지만 과징금을 받는 사례는 드물었고 대부분 경고나 시정명령에 그쳤다. 과징금을 받았다고 해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뒷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정도와는 무관하게 측정된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공정위는 뉴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광고를 제재할 수 있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작년 9월 1일부터 시행했지만 이 개정안에도 제재 대상은 사업자에만 한정되었고 2021년부터 비로소 처벌 대상을 확대해 광고를 게재한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 원의 과징금). 이로 인해 요즘 유튜브나 SNS 광고 영상에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국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인플루언서나 광고주뿐만 아니라 마케팅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의 소비자 보호 법률 역시 개인이 자신의 상업적 목적을 벗어나 행동하고 있다고 거짓 인상을 주는 행위를 하거나 소비자로 위장하는 행위를 할 시 광고가 금지되며 광고표준위원회에 의해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영국의 광고표준위원회는 122명의 인스타 뒷광고 인플루언서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뒷광고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거나 인스타 포스트를 강제로 삭제시키는 등의 처벌을 가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독일도 뒷광고 이슈가 뜨겁게 퍼졌는데 '내돈내산' 재품까지도 광고 표기를 해야 한다는 판례가 생겼을 정도이다. '내돈내산' 제품이지만 브랜드 이름과 탭 태그를 통해 소개한 어느 인플루언서가 재판에서 지면서 '내돈내산' 제품도 브랜드가 명시되어 링크로 연결된 경우 광고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난 것이다. 프랑스는 뒷광고를 한 인플루언서 개인에게 최대 2년의 징역이나 약 4억 2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벨기에는 광고 표기가 없는 광고물을 국가가 강제로 삭제할 수 있고 인플루언서와 광고주 모두에게 최대 1억 1천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일본은 뒷광고(바이럴 마케팅)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경품표시법 지침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런 광고나 표시방법 자체를 규제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 기만 광고의 경우 경범죄로 구료 또는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는 흥미로운 내용이 조사되었는데, 인플루언서가 이미 대중적으로 셀러로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뒷광고 논란이 크게 없다고 한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이미 상업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에 살면서 많은 것들이 상업적으로 변했고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금방 호갱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을 밝혀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소비는 더욱 빠르고 손쉬워졌지만 우리의 더딘 인식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 변화'하기를 주저하고 있기에,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현명한 소비를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 주저 없이 비판적인 시각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기업의 윤리정신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며, 우리 소비자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진정한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법률들이 끊임없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들 역시 우리안에 팽배한 '따라 하기' 소비문화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좌측 링크를 걸어둔 원글에는 '한국인의 의식에 내재된 집단주의와 평준의식이 남보다 너무 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고 따라하기 소비, 모방소비 형태를 지향하게 된다'는 언급이 있었고 나는 한국에 오래 살아온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몇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필요에 의한 소비, 그리고 의식적인 소비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유명인이 사용한다고 해서, 혹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다고 해서 해당 제품의 품질도 좋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을 경계하셨으면 한다. 또 이전에 다루었던 미디어 리터러시 편에서 거짓 정보의 파도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는 방법을 소개해 드렸듯, 비슷한 맥락에서 소비에 있어서도 다양한 채널에 존재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 인해 우리들의 소비 문화가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빌 게이츠 : 00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은 안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