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에도 빈부격차가 있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행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빈부격차' 얼마전 읽은 The Future of Capitalism (한글 :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 : Paul Collier)에서 잠시 언급된 이야기인데 내게는 다시 한 번 깊게 심사숙고 해보고 싶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통찰력있게 자본주의의 민낯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던져주었는데, 수많은 아하!를 외치게 하는 내용 중에서 미디어와 관련있는 이 주제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물론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우리는 물리적인 이동없이 하버드 대학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스크린 너머로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코세라(Coursera)와 같은 온라인 교육영상 플랫폼을 통해 Learning How to Learn과 같은 인기있는 수업을 침대에 누워서, 그것도 무료로 들여다볼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가장 먼저 소비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미디어가 우리에게 선사한 너무나 값진 선물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가 미디어의 장단점을 논할 때 끊임없이 쏟아지는 단점들에 맞서기 위해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점도 미디어의 이런 교육적 순영향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마트폰의 이러한 장점조차도 빈부격차에 따라 시스템적인 차별이 작용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류층 아이들은 부모들의 관심 속에서 미디어를 통해 스마트폰 순영향을 고스란히 활용하게 되어 더욱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열악한 환경에서 생계를 꾸려가기도 벅찬 부모님의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순영향이 아닌 게임이나 기타 오락물들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스마트폰 중독에 취약한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서, 외벌이 가정의 자녀보다는 맞벌이 가정에서, 양부모 가정보다는 한부모 가정에서 더 많은 스마트폰 중독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와 비슷하게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 부모의 관심과 통제가 적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였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중독됐어요, 2012).
실제로 실리콘 벨리의 기술 경영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부정적이고 중독성있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노골적으로 스마트폰은 사탕도 아니라 코카인에 가깝다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매우 엄격한 지침을 사용한다 : 이들의 가정에는 어떠한 스크린도 없고, 고등학교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모든 가족이 미디어 소비 제한을 위해 함께 애쓴다.
심지어 어떤 테크 임원들은 시터를 고용하여 "스마트폰 사용 금지 계약서"를 작성해 아이들을 화면에 노출시키지 못하게 '감시'할 뿐만 아니라, 시터 역시도 아이들 앞에서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실리콘 밸리의 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보통의 가정에서는 이런 조치를 쉽게 취할 수가 없다. 기술 전문가인 실리콘 밸리 부모들은 작은 스크린에 중독되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의 성장에 파괴적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를 컨트롤하기 위한 자원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부모들은 그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할 수도 없을 뿐더러,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과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 옥신각신 할 수 있는 시간적, 그리고 감정적 여유도 없다. 위에서 설명한 시터를 통한 아웃소싱은 더더욱 보통의 가정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서비스인 것은 말해 무엇하랴 (Smartphone addiction disproportionately harms poor families, 2012).
빌 게이츠는 어떻게 교육할까? 실제로 2017년 인터뷰에서 빌게이트는 당시 17, 20, 그리고 23살이었던 그들의 자녀들의 경우 모두 16살이 될 때까지 휴대폰을 소유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면 몇 시간 전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할 지에 대해서도 아주 엄격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그리고 발달적으로 얼마나 안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빌 게이츠의 스마트폰 교육 방법은 부모님들이 가볍게 알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이 스마트폰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서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며, 나아가 이들이 자기 절제력을 가진 어른으로 자랄 것인지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 이제 빌게이츠의 방법이나 시터를 비싼 돈 주고 고용하지 않고도 가정에서 쉽게 노력해 볼 수 있는 방도를 몇 가지 더 제시해 드리고 싶다.
(1) 한 연구 결과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에 대한 인식 역시도 스마트폰 중독성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로 아이가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을 줄이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늘이는 것, 그리고 주기적으로 부모와 아이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가족간에 더 많은 교류를 하는 것을 통해 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을 적어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Factors associated with smartphone addiction: A comparative study between Japanese and Thai high school students, 2020).
(2) 그리고 아이가 무조건 쓰지 못하도록 막기보다는 약속한 시간 동안만 가지고 놀면 칭찬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하는지 살피고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고 한다.
(3)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시 된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중독됐어요, 2012).
실제로 독일의 Hamburg에서는 9살 Emil이 부모님께 스마트폰이 아닌 자기와 놀아달라는 시위(사진: 아래)를 벌였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전세계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눈길이 필요한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여쁜 자녀를 둔, 그리고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현명한 독자님들께서 바로 지금 아이의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워보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