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믿는 자
엑소시스트: 믿는 자(The Exorcist: Believer, 2023)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엑소시스트: 믿는 자>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1970년대 호러 걸작 <엑소시스트>의 속편이다. 개봉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영화의 메가폰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할로윈> 삼부작을 연출했던 데이빗 고드 그린이 잡았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호러 고전의 속편이기에 이 영화는 호러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기대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120분 남짓의 이 영화는 한 시간가량의 전반부와 또 다른 한 시간가량의 후반부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전반부는 나쁘지 않다. 원작 <엑소시스트>의 기품 있는 분위기를 따라가려고 애쓴 느낌이 물씬 난다. 최근의 호러 영화들이 자주 보여주며 스스로를 좀먹고는 했던 점프 스케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은) 한다. 그리고 전반부 마지막쯤에 등장하는 인물인 크리스 맥닐(엘런 버스틴)은 원작 팬들을 반갑게 맞는다.
전반부는 전체적으로 데이빗 고든 그린이 연출한 2018년의 <할로윈>을 생각나게도 한다. 오래전 원작을 다시금 끌고 와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 비슷하다. 이에 더해 <할로윈> 속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를 다루는 방식과 이 영화의 전반부 속 맥닐을 다루는 방식 또한 비슷하다. 이 영화 속 맥닐 또한 <할로윈> 속 로리처럼 옛 사건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노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그 사건의 준전문가가 돼 있다. 그녀에게선 강인함과 노련함이 엿보인다.
이렇듯 원작에 대한 존중을 지키기는 와중 늘어지는 이야기 전개 등으로 힘겹게 동력을 유지하며 전반부를 굴려 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급격하게 무너진다. 데이빗 고든 그린은 <할로윈>을 썩 괜찮게 부활시켰으면서도, 이후 후속작인 <할로윈 킬즈>와 <할로윈 엔드>에서 잇달아 실수를 범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엑소시스트: 믿는 자>의 후반부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후반부와 함께 사실상 영화에서 퇴장하는 맥닐의 모습에 감상에 젖은 원작 팬들의 감정은 차갑게 식는다. 이에 더해 <할로윈> 후속작들에서 교훈 전달에 지나치게 집착한 고든 감독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딱딱하게 만든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후반부의 대사들은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관습적이다. 그렇게 영화는 점점 얄팍해진다.
믿음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려는 듯한 이 영화의 후반부. 거실에 모인 인물들은 인종, 성별, 종교 등을 다양하게 대변한다. 그러나 앞서 드러난 힘 없는 서사로 인해 이들 사이의 장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 안에서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이 영화의 다소 충격적인 결말은 나름 인상적인 구석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장면에서 이 결말과 그다음을 설명하려는 듯한 구구절절한 대사로 인해 결말 또한 그 힘을 오래도록 발휘하지 못하고 만다.
이렇듯 이 영화는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이야기를 끝맺는다. <엑소시스트> 시리즈가 구마 장면이 등장하는 후반부에서 완벽히 생기를 잃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