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건 늘 즐거운 일이지만, 올해는 생방송을 챙겨보지 못했다. 출근을 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첫 번째 직장 첫 출근 날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던 그날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새로운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오늘 또 오스카가 열린 것. 올해는 그때 같은 사고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생방송을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들리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94회 시상식부터 친구들과 시작했던 수상 내역 맞추기 내기를 올해도 했기 때문.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했다. 작년엔 심지어 꼴찌였다. 그렇기에 반드시 올해는 1등이 필요했다.
지난해부터 소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닌, 상을 받을 것 같은 영화에 이 악물고 표를 던지고 있다. 작년에는 나름 킥이라고 생각했던 부문에서 사고가 났다.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촉이 왔던 것. 하지만 각본상을 <바튼 아카데미>가 아닌 <추락의 해부>가 가져가고, 여우주연상을 릴리 글래드스턴이 아닌 엠마 스톤이 가져가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었다.
그래서 올해는 기계적으로 표를 던졌다. 물론 올해도 촉이 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촬영상은 <노스페라투>에게, 남우주연상은 티모시 샬라메에게 던지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소리를 외면했고 촬영상에 <브루탈리스트>와 남우주연상에 에이드리언 브로디를 선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기 정상에 섰다. 이 영광은 오롯이 <브루탈리스트>의 몫이다. 비록 <아노라>에게 시상식 주인공은 빼앗겼지만, 나에겐 <브루탈리스트>가 주인공이다.
올해 1등을 한 만큼, 내년에는 내친김에 모든 부문을 맞춰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