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장애인 주차표지를 발급받았을 때만 해도
솔직히 큰 생각 없이 받아들였어요.
그는 그 표지를 받으면
당연히 파란색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신청한거였어요.
공공기관에서 발급받았고,
절차도 간단했어요.
“이제 가까운 데에 주차할 수 있겠다”는 말에
저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죠.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그땐 몰랐어요.
표지 하나로 이렇게 비싼 경험을 하게 될 줄은요.
그런데 며칠 전,
낯선 등기우편 한 통이 도착했어요.
뜯어보니,
10만원짜리 과태료 통지서.
우리는 너무 당황했어요.
‘신고가 잘못 들어갔나 보다’ 싶어
이의신청을 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장애인 주차구역은
모든 장애인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었어요.
“보행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법적으로 주차가 가능한 구역이었던 거예요.
청각장애는
보행장애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그 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그제서야 발급받은 장애인주차표지를 자세히 보니
'장애인주차불가'라는 문구가 적혀있더라구요.
남편은 한껏 기분이 상해 있었어요.
“그럼 애초에 왜 표지를 발급해준 거야?”
장애인 주차가 가능한 줄 알고 신청한 거였거든요.
당연히 그렇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거죠.
저도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도대체 그 표지의 쓰임이 뭔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처음부터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냥 ‘비싼 돈 주고 배운 셈치자’고 그를 다독였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의 억울함도,
저의 답답함도
모두 ‘몰라서 벌어진 일’이었어요.
저 역시 그를 믿고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어요.
그래도… 마음 한켠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요.
기관에서 장애인 주차표지를 발급할 때,
단순히 표지를 건네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 표지가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떤 제한이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줬더라면 어땠을까요.
설명을 했더라도,
그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걸 알았다면
한 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해줬더라면…
그날의 과태료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금만 더 천천히 그가 인식할 수 있게 짚어줬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