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
7평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어쩌다 보니(?) 함께 가게 운영을 하게 되면서 7평 남짓 작은 원룸방에서 1년 6개월 동안 같이 살았다. 내가 살고 있었던 원룸이었고, 남편이 이후에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작은 방이었지만, 남편의 짐이 들어오면서 서있을 작은 틈조차 없을 정도로 공간이 가득 차게 되었다.
가게 근처로 급하게 구한 방이라, 건물은 매우 노후되었고, 꼭대기층이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매우 더웠다. 옆집에는 정신 질환 환자가 두 명이나 살아서 새벽 내내 이상한 괴성이 들렸다. 주방은 거의 없을 정도로 비좁았고, 요리를 하기 위해 도마를 놓을 자리조차 없었다.
우리는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다.
아무리 환기를 시켜도 곰팡이가 계속 생기는 방이었고, 정리되지 않는 짐들은 쌓여가면서 꽉 막힌 공간이 되었다. 환경이 그래서인지 우리도 우리의 삶을 내버려 두게 되었고, 매일 배달 음식을 대충 시켜 먹거나 야식을 먹었다. 그 때문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정말 자주 아팠다. 소화불량과 독감, 각종 피부질환에 시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곳에서 1년이 넘게 살 수 있었나, 싶다가도 나는 남편과 함께 사는 생활이 나름 좋았다. 우리는 서로가 아프면 돌아가면서 간호를 했고, 가끔씩 비좁은 주방에서 함께 하는 요리는 꿀맛이었다.
이렇게 시궁창(?)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큰 갈등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꿋꿋이 버텼다.
그때 또 확신이 생겼다.
이 사람은 정말 나랑 잘 맞는구나.
15평
임대 주택에 당첨되면서, 우리가 살던 최악의 원룸방을 1년 6개월 만에 탈출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탈출하고 싶었다. 자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집을 매매하거나 전세로 구하기에는 상황이 어려웠다. 그래서 매 분기마다 청약을 신청했고, 그렇게 1년 만에 집을 구했다. 자연스럽에 그 집은 우리의 신혼집이 되었고, 신혼집을 구하자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방이 2개인 곳에 살게 되었다. 드디어 도마를 싱크대에 놓고 야채를 썰 수 있다는 기쁨에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우리 기준에는 거실도 엄청 넓었고, 창문에는 나무와 하늘이 보이는 곳이었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 약 2배 정도 커진 방을 구했을 때, 너무 신기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각자의 방에 컴퓨터도 놓을 수 있었고,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소파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15평도 정말 작은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한테는 궁궐 같은 집이었다.
둘이서 손을 잡고 춤도 출 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곁에 오래 두는 법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2개월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 집으로 와서 진짜 너무 감사해. 이전에 살던 집에 비해서 정말 넓고 쾌적하고, 요리도 할 수 있고 정말 행복해"
우리가 처음부터 넓고 좋은 집에 살게 되었다면, 이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없었을 같다는 말을 서로 나눴다. 정말 그랬다. 7평 집에는 스몰 사이즈 침대 하나에, 컴퓨터 2대가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밤마다 옆집의 괴성을 들으면서 눈을 질끈 감으며 1년을 넘게 참고 살았다. 187cm의 장신인 남편에게는 침대가 너무 작아 자주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환기도 되지 않고 곰팡이로 가득했던 그 집에서, 우리는 매일 같이 병들어 가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
신혼집 투룸으로 이사 오면서, 모든 것을 새로 장만했다. 남편과 내가 함께 누워도 넉넉할 만큼의 큰 침대, 내가 좋아하는 녹색의 체크무늬 커튼, 깨끗하고 튼튼한 주방 기구들, 신선한 야채들과 식재료들을 보관할 수 있는 커다란 냉장고, 그리고 처음으로 갖게 된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이전에 누릴 수 없었던 것들,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현재 누릴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이 들게 했다.
무엇이든 곁에 오래 두는 법
문득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인식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얻은 만큼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도 커진다. 그 마음을 계속 잊지 않고, 품고 살아가야 오래오래 곁에 둘 수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내가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고 생각하는 친구들과는 현재 연락이 끊겼거나, 너무 많이 멀어짐을 깨달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간이 흘러서 서로 연락을 안 해서 물론 멀어진 인연들도 있지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고맙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했다. 소중한 우리의 인연에 늘 감사하는 마음, 네가 있기에 내가 현재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그 마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 주려는 그 마음, 쉽게 닿을 수 없는 인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
그렇게 했다면, 더 오랫동안 내 곁에 둘 수 있었지 않았을까?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지금의 집도, 이 감사한 마음을 오랫동안 추억하고, 예쁘게 잘 가꾸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나,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멀리 떠다 보내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진심이 아닌 말로 괜한 상처를 남기지 않고,
어렵게 얻은 씨앗으로, 꽃 피우듯이,
햇빛도 쐬어주고, 물도 주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노력하면서 살기로 했다.
너무나 소중하고, 어렵게 얻은 나의 보물이니까.
글 꾸물
커버사진 남편이 만든 크럼블 케이크!
늘 감사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