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키북스 Nov 23. 2022

잠깐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해볼까 합니다.

진짜 윤가희를 찾을 수 있었던 시간

대표님,
잠깐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해볼까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나가지 못한 지 2년이 지났다. 유튜브를 보며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혼자라도 한 번 해외여행을 다녀와 보는 게 어떻냐고 이야기를 던졌다. 애들 두고 어떻게 가냐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옆에서 자꾸 불을 지폈다.


남편은 먼저 다녀오라고 등 떠밀어 주었고, 아이들 때문에 한참을 고민했지만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기로 결심하자마자 슬랙으로 대표님께 이야기드렸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해볼까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흔쾌히 찬성해주셨다. 





회사의 응원.


"물론 찬성입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대표님께서는 비행기와 숙소 비용을 지원해주셨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 아침 팀장님께 메일 한 통이 왔다. "오롯이 가희님을 위한 시간이길 바라고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 잘 남기시고 건강하게 지내다 오시길 바랍니다."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응원해주실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금전적인 지원(비행기와 숙소)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표님과 팀장님의 응원에 힘입어 뭉클한 감정과 함께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발리에서의 생활.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 원격 근무를 도입한 회사와 달리 우리 회사는 약 10년째 원격 근무를 하고 있었고, 주어진 일만 진행한다면 일하는 시간은 크게 지장이 없었기에 발리에서 업무를 하는 데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서핑을 즐겼고, 8시부터 4시까지는 집중적으로 업무를 했다. (발리와 한국은 1시간 시차가 나서 한국 시간으로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한 셈이다). 4시부터는 또다시 바다를 걸으며, 한 달 동안 어쩌면 다시는 없을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매일 새벽에는 서핑을 즐겼다. 덕분에 몸무게가 4킬로나 줄었다.


업무 시간에는 정글 또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일을 했다.





원격근무의 시작,

임신 소식을 알리니 출근하지 말라고 했던 회사.


발리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보다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더 오래 한 프리랜서도 많이 만났지만, 정규직으로 회사에 일하면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우리 회사는 10년째 팀장님을 제외한 전 직원이 원격 근무 중이다. 입사하고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됐다. 대표님께 이야기드리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야기하셨다. "그럼 출근하지 마세요". 잘린 줄 알고 가슴이 콩닥콩닥 했는데, "회사가 멀어서 출퇴근하기 어려우니 집에서 편하게 일하세요"라고 이어서 말씀 주셨다. 그렇게 나의 원격 근무가 시작되었고, 나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도 서서히 원격 근무를 하게 됐다.


원격 근무를 하니 출퇴근에 쏟아붓던 2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그 시간을 공부하거나 여가활동에 쏟을 수 있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생기고 나면 자연스럽게 퇴사를 하곤 하는데, 원격 근무와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었다. 회사의 응원과 원격 근무가 없었더라면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원격 근무, 복지, 워라벨에 관해 풀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2,000자 제한으로 글을 줄였다).




진짜 윤가희를 찾을 수 있었던 시간.


위키북스에 입사한 게 2012년이니, 올해로 딱 10년 차이다. 첫째 아이가 이제 9살이니 엄마가 된지도 9년이 됐다. 회사 일도, 집안 일도 익숙한 루틴이 되어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이번 여행은 굉장한 일탈이었고, 내 삶에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한 달 동안 세 아이를 보느라 고생했을 남편과, 발리 여행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위키북스 테크니컬 에디터가 작성한 글로, ❮2022 고용노동부 일쉼동체 워라벨 근로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모트-두 번째. 문제는 공간이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