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을 멸치랑 푹 쪄봤다… 사라졌던 입맛이 조용히 돌아왔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몸이 먼저 계절을 알아챈다.
햇빛은 조금 길어지고 바람에는 봄 냄새가 묻어나지만, 이상하게도 입맛은 더 사라진다.
이럴 때는 거창한 요리가 필요 없다.
부엌 한쪽에 있던 깻잎과 멸치만 있으면 된다.
향이 짙은 깻잎을 한 장씩 포개고 멸치와 양념을 올려 조용히 찌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냄비 속에서 올라오는 냄새만으로도 식욕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깻잎 100장은 꼭지를 떼고 찬물에 15분 정도 담가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찌꺼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후 흐르는 물에 한 장씩 씻어 물기를 가볍게 털어내면 쓴맛이 줄고 향이 선명해진다.
중간 크기 멸치는 한주먹 정도 준비한다. 전자레인지에 20초만 살짝 돌린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비린 잡내가 싹 사라진다. 이 과정을 거쳐야 양념을 머금었을 때 감칠맛이 살아난다.
양파 1개 중 절반은 채를 썰어 냄비 바닥에 둔다. 깻잎이 바닥에 직접 닿아 타는 것을 막아준다. 남은 절반은 잘게 다져 양념에 섞는다. 대파 반 대와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도 잘게 썰어 준비한다.
양념의 기초가 되는 육수부터 챙겨야 한다. 물 450mL에 건다시마 10g을 넣고 7분간 끓인다. 이 중 진하게 우러난 육수 2컵을 덜어 사용한다.
여기에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듬뿍 1큰술 ▲진간장 3큰술 ▲멸치액젓 2큰술 ▲맛술(미림) 2큰술 ▲조청 2큰술을 섞는다. 설탕 대신 조청을 쓰면 단맛이 겉돌지 않고 부드럽게 감돈다. 준비해 둔 다진 양파와 대파, 고추, 멸치까지 모두 섞어 양념장을 완성한다.
팬 바닥에 깔아둔 양파 위에 깻잎을 5장씩 겹쳐 올린다. 그 위에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 과정을 반복한다. 남은 국물까지 모두 부은 뒤 뚜껑을 닫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냄비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하면 불을 중약불로 낮춰 5분간 더 익힌다. 너무 센불로 조리하면 양념이 금방 졸아들어 깻잎이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5분이 지나면 깻잎 숨이 알맞게 죽고 양념이 속까지 깊게 밴다.
불을 끄기 직전에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른다.
이때 퍼지는 고소한 향이 요리를 완성한다.
통깨를 살짝 뿌리면 소박한 반찬이 식탁 위에 올라온다.
뜨거울 때 먹어도 좋지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 날 먹으면 맛이 더 깊어진다.
입맛이 사라진 날, 밥상 위에 조용히 올려두기 좋은 반찬이다.
■ 요리 재료
깻잎 100장, 중간 멸치 크게 한 주먹, 양파 1개, 물 450mL, 건다시마 10g
양념: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수북하게 1큰술, 진간장 3큰술, 멸치액젓 2큰술, 맛술 2큰술, 조청 2큰술
고명: 대파 1/2대,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
■ 만드는 순서
1. 물 450mL에 건다시마 10g을 넣고 7분간 끓여 육수를 만든다. 이 중 2컵을 덜어 식힌다.
2. 육수 2컵에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진간장 3큰술, 멸치액젓 2큰술, 맛술 2큰술, 조청 2큰술을 넣고 섞는다. 여기에 다진 양파와 대파, 고추를 넣는다.
3. 중간 멸치를 전자레인지에 20초간 돌린 뒤 양념장에 넣는다.
4. 팬 바닥에 채를 썬 양파 절반을 깔고, 깻잎을 5장씩 겹쳐 올리며 양념장을 끼얹는다.
5. 뚜껑을 닫고 중간 불에서 끓이다가 수증기가 맺히면 불을 낮춰 5분간 찐다.
6. 참기름 1큰술과 통깨 1큰술을 넣고 약한 불에서 2분간 더 익힌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멸치는 전자레인지에 짧게 돌려야 딱딱해지지 않는다.
- 깻잎을 너무 오래 찌면 색이 변한다. 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 참기름은 반드시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