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급 작품들이 무려 300점이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제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지배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이었지만 그 시작은 보잘것없었다. 실제로 건국 초기 로마는 언덕배기 2개 정도의 소읍에 불과했다. 주변 나라보다 늦게 주목받은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인 로마가 가장 닮기를 바랐던, 그래서 도시 외관을 그대로 본뜨기까지 한 문명인 에트루리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특별전을 연다.
에트루리아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던 옛 나라다. 지금의 토스카나주, 라치오주, 움브리아주에 해당한다. 기원전 10세기쯤부터 1000년 가까이 지속하다 로마에 의해 군사적으로 정복된 지중해 고대 문명이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다. 그들의 기원, 언어, 종교는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당대 역사가들에게 에트루리아인은 지중해에 살았던 사람들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을 가리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에트루리아는 로마제국 이전에 다른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수준 높은 문화 성취를 이뤘던 것이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에 지중해 문명을 찬란하게 꽃 피운 에트루리아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피렌체 국립고고학박물관,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등이 엄선한 신전 페디먼트, 유골함, 청동상, 석상, 석관, 금제 장신구 등 문화재 300점을 다섯 개 전시관으로 나눠 전시한다.
1부 '지중해의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에서는 에트루리아 역사와 지리적 환경 등 에트루리아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지중해 세계에서 문화가 어떻게 교류됐는지 이야기한다. 기원전 4세기 말에 응회암으로 저승의 신 '반트(Vanth)'를 묘사한 조각상, 기원전 530~520년 테라코타로 제작한 긴 항아리 '아테네식 흑화 암포라'와 ‘아테네식 적화 스탐노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을 묘사한 유골함 등을 선보인다.
2부 '천상의 신과 봉헌물'에서는 에트루리아인 삶 속 신의 이야기다. 누구보다도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고 심취한 삶을 살았던 에트루리아인은 이웃 그리스 종교관도 수용했다. 티니아(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는 우니(그리스의 헤라, 로마의 유노), 멘르바(그리스의 아테나, 로마의 미네르바)와 함께 에트루리아가 가장 중요시 여긴 신이다. 이들 세 신을 모신 신전이 에트루리아의 모든 도시에 세워졌다. 사람들은 신전에 모여 기도하고 봉헌물을 바쳤다. 기원전 4기 초 티니아 청동상과 3세기 테라코타로 제작된 신전 모양 유골함, 기원전 3~2세기 테라코타로 제작한 여성 인물이 묘사된 장식 기와들, 불치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한 기와들, 점성술사를 기념하는 기념비, 점성술사 유골함 뚜껑, 디오니소스 행렬을 묘사한 적화 킬릭스 등을 통해 에트루리아 종교를 이야기한다.
3부 '에트루리아인의 삶'에서는 시, 음악, 무용, 연회를 즐긴 에트루리아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은 무역,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를 즐기고 영위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겼다. 에트루리아 문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에트루리아인 무덤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이 부장돼 있다. 또 무덤 벽화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청동으로 제작된 투구, 방패, 보호대, 전차, 금으로 만든 브로치, 머리핀, 팔찌, 월계관, 반지, 귀걸이 등을 통해 에트루리아 장인의 뛰어난 금세공법을 엿볼 수 있다. 추모용 조각상인 '모자상'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방증한다. 이 조각상은 이탈리아 볼테라 지역 밖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4부 '저승의 신과 사후 세계'에서는 에트루리아의 저승의 신과 내세관과 에트루리아의 무덤과 장례 의례를 소개한다. 에트루리아인은 사후 세계를 믿었다. 저승 신들의 존재는 죽음의 필연성을 상징한다. 그들의 유골함에 자주 등장하는 반트와 카룬은 에트루리아 종교관에서 저승의 신이다. 무덤은 에트루리아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망자를 인도하는 반트와 카룬을 묘사한 유골함, 유골단지, 옹관, 망자의 얼굴을 묘사한 유골단지, 석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한다. 오두막 모양 유물단지는 기원전 9세기에 점토로 제작한 가장 오래된 유물이다.
5부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에서는 에트루리아에서 출발한 고대 로마 문화를 소개한다. 테베레 강가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 떠 포장된 도로, 광장, 수로시설, 대규모 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했고, 세계 제국이 됐다. 청동기, 옹관묘, 금 세공 기술로 문명을 이룬 에트루리아가 로마에 흡수돼 위대한 로마제국의 근간을 이룬 것이다. 로마에 남겨진 에트루리아 영향 중 종교적 영역과 권력의 상징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로마이 권력과 종교를 상징하는 많은 표상이 에트루리아로부터 유래했다. 테라코타로 제작한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 남성 조각상 등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여름과 겨울에 개최하는 특별전은 학생들의 교육 탐방에 이용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이 200만명을 웃돌 정도다. 위대했던 로마제국의 밑거름이 된 문명을 소개하는 전시회인 만큼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관람료는 26세 이상이 9000원, 25세 미만은 5000원이다. 20인 이상 단체는 1000원을 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