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테르 형상화한 ‘에트루리아’ 고대 문명 유물
반려견의 귀여운 모습을 소장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반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템이 유행하고 있다. 바로 강아지 모양의 ‘석고 방향제’다.
방이나 차 안에 두면 은은한 향기는 물론, 반려견의 귀여운 모습을 본떠 만들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있는 기분이 들게 해주기도 한다.
소장하고 싶은 무언가를 본떠 만들고자 한 마음만큼은 수백, 수천 년 전에도 같았다. 바로 로마 이전 시대인 ‘에트루리아’ 문명 이야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에 방문한 이들이 한동안 집중해서 보게 된다는 유물을 살펴보자.
마치 강아지 석고방향제처럼 조각된 이 전시품은 놀랍게도 에트루리아 시대의 ‘방패’다. ‘클리페우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것은 로마군이 사용했던 둥근 모양의 방패를 말한다. 방패 용도에 맞게 날아오는 화살이나 창을 막기 위해 팔에 들고 다닌 것이다.
물론 에트루리아와 로마 시대 모두 이처럼 사람 얼굴 형태를 지닌 방패를 만든 것은 아니다. 처음엔 방패를 둥근 모양으로 제작했지만, 차츰 로마인들은 신이나 위대한 인물의 상반신 또는 얼굴을 본떠 만들기 시작했다.
그 후 신이나 위대한 인물을 본떠 만들기 시작하면서 ‘방패’ 이상의 용도까지 발전하게 됐다. 이 방패(클리페우스)는 신전이나 공공장소의 벽에 걸어 놓았으며, 로마에서는 대리석이나 금속으로도 만들어 건축 장식으로 활용됐다.
믿을 수 없는 방패 비주얼... 그렇다면 누구의 얼굴일까?
방패 속 얼굴 주인공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에 해당하는 '유피테르'다. 유피테르는 로마에서 유노, 미레르바와 함께 수호신으로 숭배되며 신성한 권위를 의미했다.
신 또는 위대한 인물을 본떠 만든 후 건축 장식으로까지 활용했던 것으로 짐작해본다면, 에트루리아인들은 신성한 권위를 가진 신들이 그들을 곁에서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겨진다.
누구의 조각상인지 알려주는 힌트 '도상(圖像)'.. 제우스의 도상은?
조각상에는 누구를 본떠 만들었는지 기재가 안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무언의 약속과도 같은 '도상'을 찾아봐야 한다. '도상'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에 누구를 형상화 해놓은 것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한 힌트와 같다.
예를 들어 제우스를 표현할 땐, 곱슬머리와 턱수염을 풍성하게 그려 냈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시에서도 이러한 제우스의 모습을 더 찾아볼 수 있다. 아래 사진 속 가장 왼쪽에 있는 조각상에는 앞서 본 '유피테르' 방패처럼 곱슬머리와 턱수염을 확인할 수 있다.
곱슬머리와 턱수염이 제우스를 상징하는 유일한 힌트는 아니다. 제우스를 상징하는 번개를
손에 쥐고 있거나 근처에 독수리가 있다면 이 또한 제우스라는 증거다. 승리의 여신으로 알려진 날개 달린 니케가 한 손에 올려져 있는 경우에도 제우스를 상징한다.
앞서 말한 고대 문명 속 위대한 신들을 알 수 있는 힌트들을 기억하며 '에트루리아' 문명 전시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