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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Sep 26. 2016

공무원 기숙학원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금지된 네 가지"

공무원 기숙학원을 이용하는 학생은 '네 가지' 행동을 할 수 없다. 이른바 '4무(無) 정책'으로 휴대폰 소지, 이성교제, 음주, 게임이 금지된다. 


기숙학원 관계자는 "휴대폰, 이성교제, 음주, 게임 금지하는 것. 이게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것을 통제한다는 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기숙학원은 어떻게 운영될까. 서울 노량진동에 위치한 공무원 기숙학원을 가봤다.


학원 측은 "저희 학원은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시킨다"며 "입소할 때 휴대폰을 반납하는데 학생들이 답답하니까 따로 개통해서 숨겨 갖고 다닌다. 이 부분을 철저히 검사한다. 반납할 때 유심칩까지 확인한다"고 했다. 


공무원 준비생 박모 씨는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고, 외출을 포함한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는 기숙학원 관리정책이 아무래도 개인적인 삶에서는 불편하긴 한데 빼앗기는 시간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숙학원 특성 상 어느 한 사람이 규정을 안 지키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옆에서 누군가 휴대폰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본인도 덩달아 쓰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학원은 벌점으로 학생들을 관리한다. 


벌점은 적게는 2점부터 많게는 15점까지 매겨진다. 즉시 퇴소 조치도 있다. '폭력 또는 타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경우', '타 학생의 금품이나 물품을 절취한 경우', '원내 시설물을 고의로 훼손하는 경우' 등은 즉시 퇴소 조치다. '원내에서 음주, 도박, 애정행각(스킨십) 등 적발'도 퇴소 조치다. 


벌점 30점 이상이 되는 학생도 퇴소 조치를 당한다. 학원 측은 1년에 약 10명 정도가 실제로 퇴소 조치된다고 밝혔다.  


공무원 준비생 권모 씨는 '절실함' 때문에 기숙학원을 택했다. 권 씨는 기숙학원을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절실함 때문이었죠. 빨리 합격해서 부모님께 효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많이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권 씨처럼 빨리 공무원에 합격하고자 하는 이들이 기숙학원을 찾고 있다. 


서울 노량진동에 위치한 기숙학원 기숙사 전경 / 위키트리



기숙학원이란 먹고, 자고, 공부하는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곳이다. 공무원 준비생 200여명이 이곳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학원에서 운영하는 안동 캠퍼스 기숙학원에는 400여 명이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한달 비용은 129만원으로 수강료, 기숙료, 1일 3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서울 기숙학원 경우 1인 1실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기숙사로 이용하고 있다. 안동 캠퍼스는 폐교된 대학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기숙학원 안동 캠퍼스 / 학원 측 제공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 표정에 긴장감이 보였다. 다들 가슴에 책 여러 권을 안고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을 찾았다. 대부분 학생들이 트레이닝 바지에 슬리퍼를 끌었다.  


학원 관계자는 "공무원 기숙학원을 향한 '감옥 아닌 감옥' 이런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쇠고랑 차고 있는 감옥이 아니라 스스로가 '난 감옥에서 공부를 하겠다. 통제 속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다. 이게 성인 공무원 기숙학원 특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재수생을 대상으로 한 기숙학원은 부모 손에 이끌려 오는 이들이 80~90%다. 공무원 기숙학원은 수험생 스스로 부모를 설득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본인 의지로 기숙학원을 찾는다. 


공무원 기숙학원 하루는 대략 이렇다. 


  

6시 30분 : 기상 아침 점호


6시 30분~7시 20분 : 아침 식사


7시 20분 : 수업 시작


12시 : 점심식사


14시 50분 : 자습실 입실


14시~17시 30분 : 수업


17시 30분 : 저녁 식사


18시 50분 : 수업 및 자습실 입실


22시 30분 : 취침 점호 



권 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혼자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도 해보고 집에서 통학하면서 학원 수업도 들어봤지만 돌이켜 보면 기숙학원에서만큼 공부에 전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왜 안될까'하는 생각이 기숙학원에 와서는 '내가 합격할 만큼 공부에 전념했던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상에서부터 취침 점호까지 통제 속 하루 일과가 결국 공부를 그만큼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빡빡한 규정에 '다 큰 성인을 대상으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라는 시각도 있다. 학원 관계자는 "사회적 비판에 대해서는 저희도 이해를 한다"며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는 '오죽하면 공무원 시험에 이렇게 매달릴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금수저라서 기숙학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 하다가 모은 돈 갖고 아껴 써가면서 오거나, 장수생들 같은 경우 노량진 사이클 잡으면 월세가 고시원 하나 써도 65만원부터 45만원 선이다. 밥 하루 세끼 사 먹는다고 해도. 그런 걸 계산해 본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식사 중인 공무원 준비생들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 따져보고 경험 하에 찾아보고 발품 팔아보고 온다"며 "일반 재수학원 경우 290만원을 받는다. 한 달에. 거기에 스터디 따로. 과외는 따로. 일대일 선생님 따로 등 옵션이 붙는다. 많이 쓰면 한 달에 400~500만원도 쓴다"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생 김모 씨는 "직장 다니면서 공무원 준비를 나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사실상 무척 어려웠다"며 "이대로는 안되겠구나 하는 불안감도 생기고 합격에 대한 의지에 비해 자기관리라든가 마음먹고 독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숙학원을 들어오게 됐다"고 전했다. 


2016년 서울시 공무원시험 평균 경쟁률은 87.6 대 1를 기록했다. 접수 인원만 15만 명에 육박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험과 높아진 경쟁률에 공무원 준비생들은 더 치열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 준비생과 강사들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 tvN '혼술남녀'



* 사진 = 전성규 기자, 김이랑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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