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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해서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증류소주 리얼시음기

by 위키트리 WIKITREE

필자는 키가 185㎝고, 몸무게가 100㎏다.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뜻의 ‘대장부(大丈夫)’ 에 딱 맞는 체격이다. 또 술꾼이다. 10년 내내 일주일 이상 술을 안 마신 적이 없다.


롯데주류가 증류식 소주 ‘대장부’ 21도를 이달 출시했다. 증류주는 1차 발효한 양조주를 다시 증류해 순도를 높인 술이다. 이번 ‘대장부’는 지난 5월 출시한 ‘대장부’보다 도수를 낮추고(25도->21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대장부’와 다른 증류주 B, C의 비교 시음자로 필자가 발탁(?)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난 23일 오후, 한복을 갖춰 입고 회사 근처 고궁을 찾았다. 조선시대 서민으로 ‘빙의’하기 위해서였다. 고궁 안 음주는 불법이라 근처 쉼터에 술병과 오징어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오징어포는 조선시대 서민들이 자주 찾았다는 안주다. 마침 수문장 행렬이 필자의 시음을 반겨주듯 고궁 앞을 스쳐갔다.


img_20160927175614_00a09fc3.gif 이하 위키트리



먼저 ‘대장부’를 술병에 옮겨 담았다. 쌀로 만든 증류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찔렀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분 좋은 냄새였다. 준비한 잔에 ‘대장부’를 가득 채웠다. 첫 잔은 뭐다? 그렇다. 원샷이다. 목 안에서 천천히 ‘대장부’가 미끄러졌다. 목 넘김이 좋았다. 정갈한 맛이었다. 미리 사둔 오징어포 하나를 질겅질겅 씹었다. 안주와 궁합 또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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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하니, 머릿속에서 시상이 떠올랐다. ‘대장부’ 3행시를 짓기로 했다. 창작의 고통이 밀려왔다. 그래서 또 한 잔 마셨다. 조금 취기가 올랐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상하게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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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 대낮부터 회사 앞에서 노상을 까니(?)


장 : 장난 아니게 민망하다…


부 : 부끄러움이란 이런 것인가…



3행시를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B, C 제품을 마셨다. B 제품은 2007년 출시된 프리미엄 증류주고, C 제품은 병이 예쁘기로 유명한 증류주다. B 먼저 시원하게 한 잔 마셨다. ‘대장부 21’보다 도수가 높아서(23도) 그런지, 향과 맛이 더 강했다.


B 제품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목 넘김은 확실히 ‘대장부’가 좋았다. B 제품이 오늘 저녁 진하게 취할 것 같은 맛이라면, ‘대장부’는 내일 아침 숙취가 없을 것 같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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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C 제품도 마셨다. B 제품 만큼 향과 맛이 독했다. 증류주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이 타는 느낌도 ‘대장부’와 B보다 강했다. 다만 C 제품은 25도로 이들 보다 도수가 더 높았다. 오징어포를 그래서 좀 더 집어먹었다. 안주와 궁합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대장부’가 5~7천원(업소 기준)으로 1~2만 원 대를 넘나드는 B, C 제품에 비해 확실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았다. 또 일반 초록색 소주병(공용병)을 쓴 ‘대장부’는 제품 친숙도도 높았다.


비유하자면 ‘대장부’는 기존 고급 증류주의 맛과 특징은 살리면서 가격은 낮춘 ‘보급형’ 증류주 같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증류식 소주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연 시장 규모는 약 70억 원 수준”이라며 “시장의 반응을 본 뒤 (대장부의) 제품군(21도) 추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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