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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Sep 27. 2016

"낮술해서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증류소주 리얼시음기

필자는 키가 185㎝고, 몸무게가 100㎏다.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뜻의 ‘대장부(大丈夫)’ 에 딱 맞는 체격이다. 또 술꾼이다. 10년 내내 일주일 이상 술을 안 마신 적이 없다.


롯데주류가 증류식 소주 ‘대장부’ 21도를 이달 출시했다. 증류주는 1차 발효한 양조주를 다시 증류해 순도를 높인 술이다. 이번 ‘대장부’는 지난 5월 출시한 ‘대장부’보다 도수를 낮추고(25도->21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대장부’와 다른 증류주 B, C의 비교 시음자로 필자가 발탁(?)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난 23일 오후, 한복을 갖춰 입고 회사 근처 고궁을 찾았다. 조선시대 서민으로 ‘빙의’하기 위해서였다. 고궁 안 음주는 불법이라 근처 쉼터에 술병과 오징어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오징어포는 조선시대 서민들이 자주 찾았다는 안주다. 마침 수문장 행렬이 필자의 시음을 반겨주듯 고궁 앞을 스쳐갔다.  


이하 위키트리



먼저 ‘대장부’를 술병에 옮겨 담았다. 쌀로 만든 증류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찔렀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분 좋은 냄새였다. 준비한 잔에 ‘대장부’를 가득 채웠다. 첫 잔은 뭐다? 그렇다. 원샷이다. 목 안에서 천천히 ‘대장부’가 미끄러졌다. 목 넘김이 좋았다. 정갈한 맛이었다. 미리 사둔 오징어포 하나를 질겅질겅 씹었다. 안주와 궁합 또한 괜찮았다. 


 


술 한 잔 하니, 머릿속에서 시상이 떠올랐다. ‘대장부’ 3행시를 짓기로 했다. 창작의 고통이 밀려왔다. 그래서 또 한 잔 마셨다. 조금 취기가 올랐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상하게 개운해졌다. 




대 : 대낮부터 회사 앞에서 노상을 까니(?) 


장 : 장난 아니게 민망하다…


부 : 부끄러움이란 이런 것인가…



3행시를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B, C 제품을 마셨다. B 제품은 2007년 출시된 프리미엄 증류주고,  C 제품은 병이 예쁘기로 유명한 증류주다. B 먼저 시원하게 한 잔 마셨다. ‘대장부 21’보다 도수가 높아서(23도) 그런지, 향과 맛이 더 강했다. 


B 제품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목 넘김은 확실히 ‘대장부’가 좋았다. B 제품이 오늘 저녁 진하게 취할 것 같은 맛이라면, ‘대장부’는 내일 아침 숙취가 없을 것 같은 맛이었다.



이어 C 제품도 마셨다. B 제품 만큼 향과 맛이 독했다. 증류주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이 타는 느낌도 ‘대장부’와 B보다 강했다. 다만 C 제품은 25도로 이들 보다 도수가 더 높았다. 오징어포를 그래서 좀 더 집어먹었다. 안주와 궁합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대장부’가  5~7천원(업소 기준)으로 1~2만 원 대를 넘나드는 B, C 제품에 비해 확실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았다. 또 일반 초록색 소주병(공용병)을 쓴 ‘대장부’는 제품 친숙도도 높았다. 


비유하자면 ‘대장부’는 기존 고급 증류주의 맛과 특징은 살리면서 가격은 낮춘 ‘보급형’ 증류주 같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증류식 소주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연 시장 규모는 약 70억 원 수준”이라며 “시장의 반응을 본 뒤 (대장부의) 제품군(21도) 추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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