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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Sep 30. 2021

“10년 내 말보로 판매 중단” CEO가 직접 말했다


이하 셔터스톡


“영국에서 10년 이내에 연초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


최근 전세계 소비자와 담배업계를 뒤흔든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야첵 올자크의 파격 선언이다. 그는 자사의 연초 담배 주력 제품인 ‘말보로’를 영국 담배 진열대에서 사라지게 할 것을 예고하며 “내연기관 자동차가 2030년부터 영국에서 판매 금지될 예정인 것처럼, 연초 담배 생산도 금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립모리스의 매출을 견인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말보로는 2021년 기준 41조원 규모의 브랜드 가치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CEO가 직접 나서 해당 제품의 10년 내 판매 중단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담배 회사가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다..?

야첵 올자크의 선언과 필립모리스의 최근 경영 방침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영어로 담배를 칭하는 단어는 Tobacco와 Cigarette 총 2개다. 한국에선 두 단어를 모두 담배로 해석하지만, 더 구체적인 뜻은 Cigarette이 불을 붙여 태우는 연초 담배를, Tobacco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담배를 총칭하는 단어다.  


필립모리스 홈페이지


이번 필립모리스의 선언에서 10년 내에 판매를 중지하겠다는 제품군은 Cigarette, 즉 말보로와 같이 불로 태우는 연초 담배다. 갑자기 내린 결정도 아니다. 필립모리스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Smoke Free Future)’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불로 태우지 않는 전자담배에 2008년부터 82억달러(약 9조원) 이상을 투자해오고 있다.  


이하 셔터스톡


이는 흡연과 관련된 부정적인 영향 및 불쾌함 대부분은 연초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전제로, 성인 흡연자들의 더 나은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중보건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전담’에 집착해?

세계 최대 담배 회사가 자사 대표 브랜드를 죽이면서까지 전자담배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연초 대비 확연한 전자담배의 장점 때문으로 보인다.


불을 붙여 태우는 연초 담배는 특유의 ‘쩐내’가 옷과 신체에 남고, 잘 사라지지 않는다. 흡연 행위 중 재가 튀어 화재의 위험성도 있고, 옷이나 머리카락이 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연초 담배 흡연자들의 가장 큰 불편 요소였던 냄새와 재는 전자담배 사용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주머니와 가방에 흩날리는 담뱃잎 가루 스트레스도 없다.  



# FDA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더욱 중요한 것은 담배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성분과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유해물질은 담배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를 태우지 않아서 연초 담배 대비 유해물질 발생이 95%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해 미국 FDA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에 유해물질 발생과 인체 노출이 줄어든다며 아이코스를 미국 내에서 위험저감담배제품(MRTP)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을 인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자담배를 사용할 경우 연초 대비 치아 변색과 가래도 적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필립모리스뿐만 아니라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나 KT&G 등의 담배 회사들도 태우는 연초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주력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코스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글로’를 출시한 BAT의 경우 지속적으로 태우지 않는 전자담배를 출시하며 해당 제품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글로 슬림 프로를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KT&G의 경우 지난 해 필립모리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해외 시장에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판매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테슬라에 이어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것처럼 담배 업계도 전자담배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에도 전자담배에 대해 차별화된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또 있다. 영국은 담배를 끊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장려하는 등 담배 규제에 있어 진보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의 흡연자들 사이에서 연초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보다 덜 해로운 대안 제품으로 전환하는 사용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6년 발표된 ‘영국왕립의사회’의 연구결과에 근거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감소 효과를 인정하고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매출의 30%를 태우지 않는 담배 제품에서 내고 있는 필립모리스의 연초 담배를 없애 나가겠다는 목표가 현실이 될 수 있을 지, 모든 담배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유해성을 줄인 더 나은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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