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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Apr 22. 2022

조금이라도 덜 해롭게… 한국 사로잡은 '위해저감'

제로 콜라, 무알코올 맥주,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갈수록 커져

‘위해저감’ 트렌드가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공공보건정책에서 시작한 위해저감이 사실상 모든 사업 분야의 제품에 쓰이며 대세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위해저감이란 개념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약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자들에게 약물 복용을 무조건 전면 금지하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해한 요인을 줄여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여러 약물 오남용 관련 정책이 나왔다. 이런 정책은 실제로 큰 효과를 거뒀다.


이렇게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탄생한 위해저감 개념은 담배나 식품을 비롯해 환경,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그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셔터스톡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위해저감 제품은 설탕을 뺀 음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기관리’와 ‘건강관리’가 현대인들의 화두가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해로운 설탕을 뺀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염 버터, 디카페인 커피도 같은 맥락이다.


술도 마찬가지. 성인 남성이 듣는 잔소리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뭘까. 모르긴 몰라도 ‘술 좀 끊으세요’, '술 좀 줄이세요'가 아마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해롭다. 그래서 정부는 술 용기에는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암 발생의 원인이 됩니다.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 발달을 저해하며,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 발생이나 유산의 위험을 높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적도록 하고 있다.    


이하 연합뉴스


그래도 사람들은 술을 끊을 줄 모른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세계 90개 나라에서 15위, 아시아 나라에서 1위다. 이렇게 알코올 소비가 늘어나면서 주류에 위해저감 개념이 도입됐다. 주류회사들이 너도 나도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무알코올 제품을 출시한 것. 코로나19로 인해 ‘홈술족’이 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금주 운동을 뜻하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가 유행하며 무알코올 맥주 소비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도수와 칼로리가 매우 낮아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어, 무분별한 음주를 지양하고 집에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문화가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된 것이 무알코올 맥주 성장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하이트제로0.00’은 알코올 제로는 물론 칼로리와 당류까지 제로화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0.0’를 통해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 한 도수 0.05%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를 선보였다. 클라우드의 ‘클리어 제로’는 비발효 제조공법으로 알코올 함량이 0.00%인 완전 무알코올 제품이다. 350㎖당 30㎉에 불과해 저칼로리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클리어제로0.00’, ‘하이트제로0.00’, ‘카스제로’, ‘칭따오 논알코올릭’ 등의 제품이 연이어 출시됐다.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0억원이 넘는다. 7년 전보다 146.9% 이상 커졌다.    


담배도 그렇다. 담배는 해롭다. 담배 포장지에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경고성 그림과 문구를 새긴 이유도 담배가 가진 해로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금연을 강조하고 다양한 금연 정책을 펴도 전세계 인구 약 10억명이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이렇게 죽어도 담배를 못 끊는 이들을 위해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해로움의 원천인 담배연기가 없는 전자담배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것. 실제로 담배업계에는 위해저감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뉴스1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이 담배로 인한 해로움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담배를 끊지 않는 흡연자의 경우는 해로움을 줄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해로움을 줄인 대안의 대표적인 제품이 전자담배다. 전자담배도 완전히 무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전자담배를 선택하면서 담배업계에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스틱 기준)는 359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8151억원으로 급증했다. 유로모니터는 이 추세라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2025년 2조5000억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합뉴스


궐련형 전자담배의 대표격인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회사 전체 순매출의 30% 이상이 불로 태우지 않는 비연소 제품에서 나왔다. 필립모리스는 2025년까지 비연소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담배 업계 중에선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 바로 필립모리스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 야첵 올자크의 파격 선언이 최근 전세계 소비자와 담배업계를 뒤흔들며 화제를 모았다. "영국에서 10년 이내에 연초담배 판매를 중단하고자 하며 말보로는 영국의 담배 진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2030년부터 판매 금지될 예정인 것처럼, 연초담배 생산도 금지돼야 한다.”


올자크가 이처럼 파격적인 선언을 한 배경에 바로 위해저감이 있다. 필립모리스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82억달러(약 9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본사가 있는 스위스 로잔 인근 뇌샤텔의 연구개발(R&D) 센터에서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연구인력 430여명을 투입하고 있다.


셔터스톡

식품뿐만 아니다. 제조업에도 위해저감 개념이 도입됐다.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산업에서 위해저감은 기업 생존을 위한 첫 번째 화두로 자리를 잡았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채워가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세상을 맞은 때문이다. 


전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내연차 개발의 중단을 선언하고 전기차 및 수소차 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부터 매연을 발생시키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출시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벤츠, 볼보, 테슬라 같은 자동차회사는 물론이고 소니, 애플 같은 소비자 테크 기업들마저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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