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설'과 함께 포니 쿠페 부활시킨다

1974년에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포니 쿠페 원형 복원키로

현대자동차가 지난 1974년 공개했던 콘셉트카, 포니 쿠페를 복원하기로 했다. 그것도 포니 쿠페를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한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자동차 디자인 토크쇼 현장. 왼쪽부터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 권혁재PD

24일,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는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이 함께하는 현대자동차 디자인 토크쇼가 열렸다. 무대의 양옆에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와 포니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이어받은 아이오닉5가 세워졌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현대차의 인연은 포니부터 시작된다. 코티나와 20M 같은 미국 포드의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던 현대차가 자동차 독자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고, 첫 모델의 디자인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끌던 '이탈디자인'에 맡기면서다. 이때 디자인한 차량이 바로 '포니'와 '포니 쿠페'다. 

포니 쿠페 콘셉트 / 현대자동차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됐지만 단순한 쇼카로 내세운 차량은 아니었다. 실제 양산까지 고려해 개발했지만, 독자 모델을 이제 막 개발한 현대자동차에게 쿠페형 패스트백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수 시장 역시 화려한 패스트백 모델을 판매하기에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한 상황. 

포니 쿠페의 양산 프로젝트는 그렇게 종료되고, 안타깝게도 콘셉트카 등 많은 자료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니 쿠페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많은 차량들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영화 <빽 투 더 퓨쳐>로 유명해진 드로리언 DMC-12부터 <007: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본드카로 활약한 로터스 에스프리 역시 마찬가지다. 

포니 쿠페와 N비전74 일러스트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모델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헤리티지에 집중했다. 그 첫 번째 모델은 포니를 오마주한 전기차 아이오닉5였으며, 공개되자마자 대중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이를 이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포니 쿠페 역시 되살아나게 되는데 최근 발표한 하이드로젠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비전74다.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 기반의 하이브리드라는 낯설지만 강력한 파워트레인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포니 쿠페를 공격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었다. 그야말로 아이코닉한 디자인의 절정이지만 아쉽게도 원형 모델인 포니 쿠페는 유실되어 실물로 만나 볼 수 없었다.   

현대의 첫 고유 모델 포니 옆에 선 (왼쪽부터)조르제토 주지아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이상엽 부사장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포니 쿠페의 원형을 복원하기로 했다. 포니의 개발을 통해 자동차를 국가의 중추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염원했던 정주영 선대 회장의 수출보국 정신과 임직원들의 열정을 되짚어 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포니 쿠페의 시작을 함께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다시 한번 포니 쿠페의 헤리티지를 되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를 만들던 시절과 포니 쿠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큰 몸짓과 호쾌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방한 일정동안 디자인팀과 소통하고 포니의 생산이 시작되었던 울산공장도 직접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힘을 주며 이야기를 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을 기념하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함께 복원한 포니 쿠페 콘셉트는 내년 봄 최초 공개 될 예정이다.